한국형 헤지펀드
파이낸셜뉴스
2020.10.18 18:19
수정 : 2020.10.18 18:19기사원문
헤지펀드만큼 이율배반적인 단어가 또 있을까. 원래 헤지(Hedge)는 나무로 빙 둘러친 울타리를 뜻한다. 울타리 안은 안전하다. 금융투자 위험에 대비한다는 뜻에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실제로 헤지펀드는 공매도·선물·파생상품 등 온갖 고위험 투자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 분파인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소수 지분을 무기로 경영진을 압박해 단기차익을 노리는 수법을 쓴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한술 더 뜬다. 정치와 펀드, 곧 정펀유착의 냄새가 솔솔 난다.
헤지펀드는 사모펀드의 일종이다. 사모(私募)란 알음알음 투자자를 모은다는 뜻이다. 그 반대는 공모(公募)다.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사모펀드를 다시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으로 나눈다. 경영참여형은 PEF(Private Equity Fund)라고 부른다. 기업 인수합병(M&A)을 전공으로 하는 MBK파트너스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다. PEF는 부실기업 M&A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잡았다.
만인의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호주 출신 투자가인 알프레드 윈슬로 존스가 1949년 헤지펀드라는 단어를 처음 썼다. 이 덕에 존스는 헤지펀드의 아버지로 불린다. 존스는 공매도와 레버리지 기법으로 투자 리스크를 줄이려 했다. 미국 투자회사법(1940년)의 규제를 피해 투자자 수는 99명 이내로 제한했다. 성과보수는 수익의 20%를 뗐다. 수익을 못 내면 성과보수를 받지 않았다. 이 틀은 지금도 헤지펀드 시장에서 불문율로 통한다. 존스가 2020년 한국 헤지펀드 시장을 봤다면 과연 뭐라고 했을까.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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