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바이든, 아버지의 "일어나!" 되새기며 역경 이겨냈다
파이낸셜뉴스
2020.11.09 18:19
수정 : 2020.11.09 18:19기사원문
경험에서 나온 '치유와 통합'
어린시절 말더듬이로 놀림받아
상원 당선 직후 첫 아내·딸 잃어
부통령땐 장남마저 뇌종양 사망
대학생 시절 인종차별 직접 목격
킹 목사 책 읽고 민권운동 눈떠
국선변호인 활동하며 흑인 도와
그의 가족사만 살펴보더라도 바이든이 치유를 외친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미국 사회의 흙수저 집안에서 태어난 바이든은 불운한 가족사를 갖고 있다. 첫 상원의원 당선 직후 교통사고로 첫 아내와 13개월 된 딸을 한꺼번에 잃었다. 두 아들도 크게 다쳤고, 결국 그는 상원의원 취임선서를 아들의 병실에서 했다.
■고난 극복을 가르친 부모
바이든이 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고 다시금 일어설 수 있었던 건 훌륭한 부모의 가정교육에서 비롯됐다. 바이든은 자신의 자서전 '지켜야 할 약속'에서 부친인 조지프 로비넷 바이든 시니어로부터 받은 가장 큰 가르침은 바로 "일어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은 부친에 대해 "어린 시절 크게 무너져 재기불능 상태에 빠졌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불평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어린 바이든에게 몇 번 쓰러졌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일어났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쓰러진 뒤에는 그저 일어나는 것이 최선의 처세술이다. 바이든은 어린 시절 말더듬이라고 놀림받고, 아내와 딸이 한번에 갑자기 죽고, 큰 수술 뒤 말하는 능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일어나!"라는 말이 떠올랐다고 적었다.
모친 캐서린 유지니아 진 바이든은 비열한 행동을 참지 못했다. 자녀들에게 작은 아이를 괴롭히는 녀석을 혼내주라고 말했다. 불우한 사람 위에 군림하려 하는 자들을 참을 수 없어했고, 그런 잘못을 봤을 때 목소리를 높여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가르쳤다.
■킹 목사의 흑인운동에 감명
바이든에게 흑인차별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는 마틴 루서 킹 목사다. 바이든이 청소년기와 대학 시절을 보낸 1950~1960년대는 미국 흑인 민권운동이 격렬했다. 오늘날의 미국을 만들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20세기 대표적인 민주주의 투쟁이자 시민불복종 운동 중 하나로 꼽힌다.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일어선 나라지만 당시엔 인종차별이 아주 당연시됐다. '짐 크로법(1876~1965년)'에 따라 흑인들은 식당, 화장실, 극장, 버스 등 공공시설에서 백인과 분리돼 차별대우를 받았다. 미 현대사 격동기의 한가운데 바이든은 킹 목사의 영향을 받았다. 바이든은 킹 목사의 '버밍햄 감옥으로부터의 편지(1963)'를 읽고 그들이 느낄 감정에 공감했다.
대학생이던 바이든은 윌밍턴의 한 수영장에서 유일한 백인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바이든은 이곳에서 인종차별과 시민권에 대해 가장 귀중한 교훈을 배웠다고 밝혔다. 그곳 흑인들은 대부분 그때까지 백인과 한 번도 이야기해보지 못했다고 한다. 바이든은 이곳에서 일하고, 함께 농구를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바이든은 그들이 당한 숱한 인종차별 사건을 들었고 "친구들이 들려준 얘기는 노골적인 분노보다는 혼란과 고통에 가까웠다"고 적었다.
바이든은 1969년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지만, 힘있는 사람 편에 서는 것에 자괴감을 느껴 국선변호인으로 전향했다. 바이든은 국선변호인으로 일하며 제대로 재판을 받을 수 없던 가난한 흑인들을 대리했다. 바이든은 "제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람들 편에 서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소수자와 노동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썼다.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의 흑인 지지율은 87%에 달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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