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만에 고향 품에 안긴 '신흥사 영산회상도·시왕도'

뉴스1       2020.11.19 08:00   수정 : 2020.11.19 08:05기사원문

영산회상도와 시왕도를 전시 중인 신흥사 유물전시관. © 뉴스1 이상훈 기자


66년만에 귀향한 신흥사 영산회상도. ©뉴스1 이상훈 기자


66년만에 귀향한 신흥사 시왕도 6점 중 3점. © 뉴스1 이상훈 기자


지난 9일 열렸던 코로나19 조기종식, 국운용창을 위한 신흥사 영산회상도·시왕도 귀국 환영법회 장면.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 제공) © 뉴스1


(속초=뉴스1) 이상훈 기자 = 강원 속초시 신흥사 유물전시관에 전시돼 있는 불교 문화재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문화계와 불교계의 끈질긴 노력으로 66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와 시왕도(十王圖) 이야기다.

19일 신흥사에 따르면 이 불교 문화재들은 6.25전쟁 직후 속초지역 주둔 미군에 의해 미국으로 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영산회상도는 1954년 6~10월 사이 자취를 감춘 후 200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LA카운티박물관 수장고에서 여섯조각으로 분리된 채 발견됐다.

2010년 국내 전문가가 1년 4개월에 걸쳐 복원작업을 한 후, 지난 8월 28일 대한불교 조계종과 LA카운티박물관의 우호적인 반환협정에 의해 국내로 환수돼 고향인 신흥사로 되돌아왔다. 시왕도도 총 10점 중 6점이 영산회상도와 함께 환수됐다.

신흥사 영산회상도와 시왕도는 각각 조선후기 1755년(영조31년)과 1798년(정조22년)에 조성된 불화다. 특히 영산회상도는 가로 4.064m, 세로 3.353m 크기의 초대형 불화로 강원도에서 현존하는 후불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일 뿐 아니라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수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2020년 4월 기준 해외에 있는 한국문화재는 21개국에 19만여 점으로 집계되지만 대부분 원래 그것이 어느 지역에 있던 문화재인지 알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다행히 불화에는 화기가 남아있어 봉안 시기, 제작 화승, 왕실발원으로 제작된 불화라는 점 등 많은 정보가 기록돼 이 문화재들의 원 봉안처가 설악산 신흥사임을 알 수 있어 소중한 불교문화유산의 환지본처(還至本處)가 가능했다.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 이상래 이사장은 “1954년 미군 장교 폴 팬처씨가 신흥사를 촬영했던 사진으로부터 1755년 봉안한 영산회상도가 신흥사 극락보전 내부에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반환을 주장할 자료 발굴이 절실했던 시기에 팬처씨의 사진 기증으로 조계종단과 신흥사는 영산회상도가 사라진 시기를 추정할 근거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상회상도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환수문제가 공론화됐다. 문화재청과 문화재 환수 관련 기관과 협력하며 신흥사 측 대표로 지상스님(당시 조계종 총무원 사회국장, 능인사 주지)이 LA카운티박물관과 협의를 시작했다. 2015년 1월 조계종단과 신흥사는 공식적으로 반환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고 2016년 3월엔 LA카운티박물관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신흥사는 2016년 11월 불교계와 학계, 시민들을 모아 환수추진위원회를 조직하고, 2017년 2월에는 공무원, 교사, 주부 등 속초 시민이 주축이 된 사단법인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의 창립을 도왔다.

6.25전쟁 당시 신흥사가 자리한 설악산 일대가 접근과 출입이 엄격히 통제됐던 것을 기억하는 생존 주민 30여명의 구술 증언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진행됐다.

구술 채록을 바탕으로 ‘잃어버린 보물, 귀향을 꿈꾸다-신흥사 영산회상도’, ‘속초의 보물을 찾아서’ 등의 동영상을 제작하고, 홍보 팸플릿을 배포하며 지역 주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상래 이사장은 “늦은 나이에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란 김구 선생의 말을 가슴에 다시 품게 되었다”며 “시작은 영산회상도 환수를 위한 지역 사회 활동이었지만, 그 움직임은 문화재 환수 운동의 차원에만 머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1953년 정전 협정 직후 미 해병 중위로 파견됐던 리처드 브루스 락웰 씨가 2019년 속초시립박물관에 신흥사 관련 등 사진 279점을 기증하고 경판 1점도 돌려주면서 영산회상도 환수 협상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락웰 씨의 사진 등장 후 2019년 6월 두 번째 환수회담을 갖고 2020년 2월 19일 반환이 결정됐다. 마침내 지난 7월 29일 항공편을 통해 영산회상도와 시왕도가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 도착했다. 6.25전쟁 직후인 1954년 여섯조각으로 나뉘어 미국으로 반출된 지 66년만이었다.

속초 시민들은 현수막 500여개를 걸어 고향으로 돌아온 소중한 성보 문화재를 반겼고, 지난 9일 신흥사 영산회상도·시왕도 귀국 환영법회를 가졌다.

김철수 속초시장은 “아직도 명부전에 있었던 시왕도 10점 중 4점은 제자리로 오지 못하고 해외에 있다”며 “돌아오지 못한 문화재도 원래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시가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환수된 영산회상도와 시왕도는 문화재 지정을 추진할 것이며 체계적인 보존과 활용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문화재 환수는 고국의 품으로 환수되기까지 정부 주도가 아닌 조계종, 신흥사, 민간단체가 이루어 낸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모범적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신흥사로 돌아온 영산회상도와 시왕도의 6점 중 3점은 신흥사 유물전시관에 전시돼 있고 시왕도의 나머지 3점은 수장고에 있다. 한편 환수되지 않은 시왕도 4점은 현재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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