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된 구글?…앱수수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뉴스1       2020.11.20 07:00   수정 : 2020.11.20 10:29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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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구글이 앞으로 애플리케이션장터 '구글플레이'에서 신규 유료콘텐츠나 유료앱을 출시할 때 자신들의 결제플랫폼을 이용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수수료로 30%를 떼겠다고 하지요.

원래 구글은 이런 '인앱결제 수수료'를 기본 원칙으로 정해두고 있었지만 실제 적용하는 곳은 '게임' 분야에만 한정했었습니다. 이번에 이를 '디지털 재화' 전 분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고지한겁니다.

웹툰, 웹소설, 멜론과 같은 음악스트리밍서비스, 웨이브와 같은 콘텐츠스트리밍서비스(OTT) 등이 모두 해당됩니다.

애플은 처음부터 30% 수수료를 강제 적용하고 있는데 구글도 이번에 애플처럼 디지털 재화 전 분야에 적용하겠다는 겁니다.

인터넷콘텐츠 업계, 스타트업 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반감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구글의 모토는 '악마가 되지 말자'입니다.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로 모바일 앱 생태계에서 구글의 독과점 현상이 점점 강해지자 수수료 30% 강제정책을 일괄 시행한다고 하니 '악마의 본색'을 드러내는 느낌입니다.

◇그때, 개발자들은 구글·애플의 30% 수수료에 열광했다

애플이 무선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아이폰'을 처음 공개했을 때 전세계는 열광했습니다.

아이폰으로 대변되는 스마트폰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이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앱'으로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풍부한 앱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이 전제조건인데요. 애플은 앱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앱 개발자들에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합니다.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유료 앱을 판매하면 애플은 단 30%만 수익을 가져가겠다. 나머지 70%는 모두 개발자들이 가져도 된다'는 것입니다.

애플보다 반발 늦게 모바일 생태계에 발을 디딘 구글은 애플보다 좀 더 후한 정책을 내놨죠. "일단 게임분야만 수익의 30%를 구글에 나눠주시면 되고요, 다른 분야 유료앱은 수익 100% 다 가져가세요."

이게 왜 '파격'이냐고요? 당시 무선인터넷은 통신사의 '게이트'를 거쳐야만 접속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를 예로 든다면 SK텔레콤의 '네이트'와 '준', KTF의 '핌', LG유플러스의 '오즈'가 그 것입니다.

그리고 무선인터넷을 이용한 게임, 앱 등 콘텐츠도 해당 게이트를 거쳐야만 이용할 수 있었는데요, 이 '장터'에 입점하면서 개발사들은 당시 수익의 10% 정도만 정산을 받았습니다.

나머지 90%는 고스란히 통신사 배 속으로 들어갔지요. 2008년 쯤 통신사 실적발표 당시 보도를 보면 통신3사의 무선콘텐츠 관련 수익은 '수백억원 규모'라는 보도도 있습니다.

게다가 애플과 구글은 당시 개발자들에게 자체 제작한 'SDK'도 무료로 배포합니다. SDK란 어떤 운영체제(OS)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 개발도구랍니다.

이전까지는 응용프로그래머, 앱 개발자라 하면 아주 전문적인 프로그래밍 지식이 있는 개발자를 일컬었지만, 이들이 무료로 배포한 SDK를 이용하면 앱을 보다 간편하고 짧은 시간에 개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앱개발자의 범위가 확 넓어지는 계기도 됐지요.

통신사 별로 모두 다른 무선인터넷 개발환경에 따라 3가지 버전을 제각기 제작해야 했던 앱 개발자들 입장에서 무료 SDK까지 배포해주고 수수료는 단 30%만 받겠다는 애플과 구글은 당시에 정말 '천사'로 보였을 겁니다.



◇지금, 개발자들은 구글·애플에게 '트라우마'를 느낀다


구글과 애플은 개발자들의 전폭적인 참여와 폭발적인 앱 생태계 성장에 힘입어 현재 '모바일 세상'의 강력한 양강이 됐습니다.

무선인터넷 '관문'을 틀어쥐었던 통신사들은 이들에게 생태계 패러다임을 순식간에 내어주고 이제는 '망사용료는 안 내시나요?'라며 완전히 입장이 뒤바뀌어버린 상황입니다.

그리고 두 회사는 30% 수수료 정책을 십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동일하게 고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천사였던 정책이 지금은 '악마'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 차이는 바로 '독과점'에서 나옵니다.

당시 구글과 애플은 무선인터넷 시장의 거대 기득권인 '통신사'에 맞서 싸우는 전사였습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승리를 쟁취했고 지금은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강력한 '독과점 사업자'가 됐습니다.

이들의 지배력이 강해지면서 앱 개발자들은 구글과 애플이 하는 행태에서 과거 '통신사'에서 겪었던 '트라우마'를 하나둘씩 떠올리게 됩니다.

아주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였던 것이 '줄세우기'죠. 당시 통신사들은 한정된 무선인터넷 앱 장터에 소위 '말 잘 듣는' 개발사만 앞세웠습니다. 이용자가 접속했을 때 첫 화면에 이 말 잘 듣는 개발사의 게임이나 콘텐츠를 메인에 걸어준 거죠. 여기에 걸리냐 안 걸리냐 차이로 매출이 천지차이였다고 합니다.

지금은요? 구글과 애플이 똑같은 짓을 하고 있네요.

구글과 애플은 인앱결제 수수료를 우회할 수 있도록 '외부결제' 방식을 시도하거나 수수료가 낮은 타 앱마켓으로 옮겨가려는 사업자에 대해 각종 수단을 동원해 '보복'을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애플은 얼마전 자체결제를 시도하려던 글로벌 게임업체 에픽게임즈를 앱스토어에서 퇴출시켰습니다.

에픽게임즈는 애플과 정면승부를 예고하며 현재 반독점 소송을 진행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애플에게 '개기는'(개기다는 표준어입니다) 앱 개발사는 많지 않습니다. 에픽게임즈의 '언리얼엔진' 등이 게임업계에 영향력이 강력하기 때문에 그나마 이런 대응이 가능하다고 업계는 분석합니다.

대적할 수 있을 만큼의 덩치를 갖추지 못한 업체들은 더 심한 보복을 숱하게 당했습니다.

국내 앱 개발 업체들도 이런 일을 많이 당했는데요, 구글은 지난 2018년 구글플레이가 아닌 국내 토종앱스토어 '원스토어' 등에 선출시한 게임 앱을 구글 피드(신작이나 인기게임을 소개하는 구글 플레이의 서비스)에서 제외하거나 노출 빈도를 의도적으로 낮추는 행위를 했습니다. 게임업체들은 구글의 이같은 행위가 지배적위치를 남용하는 '갑질'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고, 그 조사는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구글이 '악마'라고 성토했던 통신사들의 줄세우기를 그대로 답습한 셈이죠.

애플 사례도 있네요. 지난 2016년 옥수수(oksusu), 티빙(tving), 푹(pooq) 등 국내 OTT 업체들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외부결제'로 우회하는 방안을 이용자들에게 안내했습니다. 이후 이 OTT 업체들은 정기 업데이트나 수시 업데이트에서 줄줄이 승인을 거부당했습니다.

결국 이들 업체는 애플 앱스토어에 30% 수수료를 전면 지급하기로 하고 외부결제는 일체 하지 않도록 앱을 수정한 뒤에야 다시 앱스토어에 입점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취재하면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기자에게 '익명 보도', 철저한 '취재원 보호'를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그들은 "아무리 기사에 '업계 관계자'라고 익명 보도를 해도 구글이나 애플은 누가 얘기했는지 알아볼 수 있다"면서 "우리는 해외 진출, 글로벌 앱마켓 확대를 위해 구글이나 애플에 절대 밉보이면 안된다"며 극도로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혁신가 구글·애플, 패러다임 변화 발맞춘 수수료 체계 내놔야

구글과 애플의 30% 수수료 체계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전보다 더 내라고 한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개발자들이 고통스럽다고 호소하는 이유는 생태계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10년전에는 무선인터넷 콘텐츠 시장의 경쟁이 이처럼 치열하지도 않았고 원가도 적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시장이 전부입니다.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본력과 마케팅이 필요합니다.

그때의 30%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율이었지만 지금 무선인터넷 생태계에서 30% 비중은 매우 큰 숫자가 된 셈이죠.

구글 수수료 확대적용과 애플의 에픽게임즈 퇴출로 전세계적인 비난의 강도가 거세지자 최근 애플은 연간 매출이 100만달러(약 11억원) 이하인 중소 개발업체는 수수료를 15%만 적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변화한 앱 생태계에 맞게 일부 조정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생색내기용 수수료 인하'라는 지적도 나오네요.

실제 애플 앱스토어에서 100만달러 이하 중소 앱은 앱스토어 전체 매출의 5%에 불과합니다. 비판여론에 대한 '꼬리자르기' 지적도 그래서 나옵니다.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최고경영자(CEO)도 "애플은 이번 수수료 인하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사들을 분열시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낮추길 바라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애플의 수수료로 인해 부풀려진 가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근본적인 변화는 아닌 셈입니다.


그때의 생태계와 지금의 생태계가 달라진 현재, 당시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했던 구글과 애플의 수수료 정책도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통신사들에게 '어퍼컷'을 날리며 혜성처럼 등장한 당시의 구글과 애플같은 그런 혁신적인 존재가 이제는 '기득권'이 되어버린 구글과 애플을 저격하러 또다시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역사는 반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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