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왕 심우준이 박찬호에게 "친구야, 나도 받았다"
뉴시스
2020.11.30 17:27
수정 : 2020.11.30 17:27기사원문
심우준은 30일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도루상을 수상했다.
심우준은 올해 144경기에 모두 출전해 35차례 베이스를 훔쳐 박해민(삼성·34개)을 1개차로 제치고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박찬호의 이름이 나온 것은 그 다음이었다. 박찬호는 지난해 도루 39개로 심우준보다 1년 앞서 타이틀 홀더가 됐다. 심우준과 박찬호는 고교 시절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국가대표를 함께 지내며 가까워졌다.
심우준은 자신보다 먼저 도루왕을 거머쥔 박찬호를 향해 "'네가 받는 것을 나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팀은 다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두 선수의 우정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막판까지 박해민의 맹렬한 추격을 받았던 심우준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끝에 순위를 지켰다.
심우준은 "후반기 끝날 때쯤 2개 정도 앞섰는데 박해민 선배님이 열심히 뛰시더라"고 회상한 뒤"나도 타이틀 갖고 싶었다. 경쟁심이 불타올라 더욱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홀드상을 차지한 주권(KT)은 재치있는 말로 팀 선배 이보근에게 감사를 표했다. 주권은 "(이보근 선배가) 옆에서 많이 압박을 줬으니 선배한테 뭐 떨어지는 거 없냐고 묻더라. 좋은 선물 해준다고 했다. 명품을 좋아하신다"고 폭로했다.
이강철 감독을 향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중간에서 더 잘해보겠다는 마음으로 했는데 감독님이 많이 믿어주셔서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형우(KIA)는 만 37세의 적지 않은 나이로 타율 1위(0.354)를 차지했기에 의미가 남다른 듯 했다.
최형우는 "이 자리에 다시 올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는데 여기 서있는 걸 보니 올 한 해 잘 버텼다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출근할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계속 잔소리 해준 KIA 동생들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최형우는 고생 끝에 빛을 본 대표적인 케이스다. 2002년 프로에 입단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방출의 아픔을 겪었던 최형우는 경찰 야구단을 거쳐 삼성 라이온즈로 돌아온 2008년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다른 선배님이나 친구들보다 1군에 발을 늦게 힘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웃은 그는 지금도 음지에서 제2의 최형우를 꿈꾸는 후배들을 향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분명 기회가 온다"는 조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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