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개편, 이제 겨우 첫걸음 뗐다
파이낸셜뉴스
2020.12.09 18:00
수정 : 2020.12.09 18:00기사원문
개편안은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신규 가입자는 새 상품만 가입할 수 있다. 기존 가입자에겐 선택권이 주어진다.
개편안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민간 실손보험은 3800만명이 가입했다. 사실상의 제2 건강보험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몇 년간 실손보험은 두 가지 부작용을 낳았다. 먼저 도덕적 해이다. 입원하면 실손보험 가입 여부부터 묻는다. 가입자에겐 실손보험을 믿고 비싼 비급여 치료를 남발했다. 도수치료, 각종 주사제가 대표적이다. 병원과 환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
개편안을 시행하면 실손보험 시장이 당장 정상으로 돌아갈까. 그럴 것 같진 않다. 개편안은 의료수가라는 본질은 건드리지 않았다. 의료계는 정부에 국민건강보험 의료수가 인상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그 뜻을 이루지 못하자 비급여 치료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케케묵은 의료수가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실손보험 왜곡도 풀기가 쉽지 않다. 병원(의사)은 갑, 환자는 을이다. 의사가 신기술이 나왔다며 비급여 치료를 권하면 환자는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밖에 없다. 결국 환자 입장에선 전보다 더 비싼 보험료를 내더라도 비급여 특약에 가입해야 할 형편이다.
의료수가는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수가를 올리는 만큼 건보료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개편안의 정착에 힘을 쏟되 중장기적으로는 정부와 의료계가 의료수가 절충안을 찾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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