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호수가 건네는 이야기, 그리고 따스한 위로
파이낸셜뉴스
2020.12.18 04:00
수정 : 2020.12.18 03:59기사원문
겨울이라 더 아름다운 횡성호수길
횡성댐 지으며 생긴 인공호수 따라
총 9㎞ 둘레길 그림같은 풍경에
수몰된 마을 기리는 '망향의 동산'도
2.4㎞ 루지체험장 세계 최장 단일코스
출출하다면 강원 명물 '안흥찐빵'
2000년 횡성댐 완공 이후 인공호수인 횡성호수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호수가 생겨나면서 그 둘레로 횡성호수길이 만들어졌다.
횡성호는 남한강 제1지류인 섬강의 물줄기를 막은 횡성댐(2000년 11월 준공)으로 인해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총 저수량 8690만t, 유역면적 209㎢인 횡성호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횡성호수길은 2011년 가을에 개통됐다. 횡성호수길은 모두 6개 구간으로, 총 길이는 31.5㎞에 달한다. 가장 짧은 3구간은 1.5㎞로 1시간 정도가 걸리고, 가장 긴 4구간과 6구간은 각각 7㎞로 2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이곳이 더욱 매력있는 이유는 중금, 부동, 화전, 구방, 포동 등 갑천면 다섯 마을이 물 아래로 잠긴 슬픈 역사가 깃들어있어서가 아닐까. 횡성댐 건립으로 갑천면의 5개 마을이 수몰되면서 고향을 잊지 않기 위해 수몰민들이 만든 망향의 동산도 함께 볼 수 있다.
반면 B구간은 오롯이 호수와 자연에 집중하는 길이다. 거의 전 구간이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흙길이라 횡성호와 자연을 가까이서 관찰하기 좋다. A구간보다 호젓해 물고기의 소소한 파닥거림도 귀에 들어오고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의 사소한 움직임도 눈에 들어온다. B구간 중간 즈음의 뱃머리 전망대는 A구간 전망대와는 다른 포인트에서 횡성호를 보여준다.
최근 조성된 횡성루지 체험장은 강원도의 옛길을 시속 30㎞의 짜릿한 속도로 달릴 수 있는 곳이다. 횡성루지는 무동력 레저스포츠로 어려운 조작 없이 중력에 몸을 맡긴 채 시원한 바람과 풍경을 만끽할 수 있어 인기다. 횡성루지 체험장은 서울-강릉을 오가던 국도 42호선 전재-우천면 오원리 구간의 기존 도로를 그대로 살리고 다양한 재미를 더해 이색적인 체험장을 만들었다. 길이 2.4㎞로 단일코스로는 세계 최장 길이를 자랑한다. 인위적으로 S자 코스를 꼬아 놓은 것이 아니라 실제 도로를 이용해 조성한 코스기 때문에 직접 운전하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횡성에 왔으니 태기산의 전경을 안볼 수 없다. 횡성군의 최고봉인 태기산(1261m)은 웅장한 산세만큼이나 전망 또한 일품이다. 능선을 따라 줄지어 선 20기의 풍력발전기 옆으로 개설된 임도로 인해 승용차를 이용해 편안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정상 부근에서 바라보는 풍력발전기의 모습과 풍력발전기 뒤로 보이는 산과 들판의 풍경은 한마디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장쾌하다. 낮은 구름으로 인해 산들이 섬처럼 보일 때 특히 아름답다. 태기산은 이름과 그 웅장한 규모에 비해 평창 쪽은 대체로 완만한 편이어서 가족단위 등산코스로도 좋다.
삼한시대 말기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신라군에게 쫓기다 이곳에서 태기산성을 쌓고 군사를 길러 신라와 싸웠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200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이곳 태기산 자락인 성골 골짜기에는 허물어진 성벽을 비롯해 집터와 새터 등이 수림지대 아래 흩어져 산행객들의 말없는 벗이 되어주고 있다. 2008년 준공된 태기산 풍력발전은 태기산의 자연적인 바람을 이용해 깨끗한 청정에너지를 만든다. 항상 바람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바람 부는 방향에 자동으로 맞춰져 24시간, 365일 전기를 생산함으로써 풍력 에너지의 약 30%를 전기로 만드는 고효율의 발전 방식이다.
여행에 지친 허기를 강원도의 명물 안흥찐빵으로 달래본다. 안흥찐빵은 국내산 팥을 무쇠 솥에 삶아서 인공감미료 없이 찐빵 속을 만들고, 막걸리로 발효시킨 밀가루로 빵을 만든 다음 하루 동안 숙성시켜 쪄내는 쫄깃한 찐빵이다. 안흥찐빵마을은 1998년부터 찐빵집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해서 지금은 어엿한 특화단지로 자리 잡았다. 1968년부터 시작해 4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면사무소앞 안흥찐빵'과 '심순녀 안흥찐빵'이 원조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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