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쌍용차, 체질 개선만이 살 길
파이낸셜뉴스
2020.12.22 18:00
수정 : 2020.12.22 18:00기사원문
세계 車시장 격변기 진입
변신 없인 생존 보장 못해
쌍용차는 세계 금융위기 파고 속에 직원 수천명이 정리해고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새 주인(인도 마힌드라)을 만나 소형 SUV 티볼리 모델이 히트를 치는 등 기사회생하는 듯했으나 결국 코로나 사태에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간신히 직장에 복귀해 구슬땀을 흘리던 복직 노동자들에겐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다.
쌍용차는 이중 파도에 휩싸였다. 코로나 사태는 직접적인 원인이 됐을 뿐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 몰아닥친 혁신의 광풍이다. 지금 자동차 업계는 1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변화를 겪고 있다. 미국 포드가 T모델로 대중화를 이끈 게 1908년의 일이다. 이를 능가하는 지각변동이 진행 중이다. 자율주행차, 전기차, 수소차에 이어 아예 하늘을 나는 플라잉카가 자동차를 대체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미국 애플, 아마존, 구글 같은 플랫폼 강자들은 예외 없이 자동차 시장을 넘보고 있다. 쌍용차처럼 기반이 약한 전통 완성차 업체는 설 곳이 점점 좁아진다.
쌍용차는 기업회생절차와 함께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법정관리 개시 전까지 최장 석달간 말미를 주는 제도다. 최대주주인 마힌드라는 새 투자자를 모색 중이다. 그러나 중국 상하이기차 또는 마힌드라 사례에서 보듯 탄탄한 장기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쌍용차가 수렁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쌍용차 직원은 약 4900명(9월 말 기준)이다. 적지 않은 숫자다. 이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법원과 정부, 산은이 지혜를 모으길 바란다. 그 대신 쌍용차는 경쟁력 열세를 솔직히 인정하고 스스로 체질변화에 나서야 한다. 일시적인 자금 수혈은 땜질일 뿐이다. 21세기형 자동차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변신 노력을 펴지 않는 한 생존을 담보하기 힘든 게 냉혹한 현실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