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묶여 존폐 걱정하는 韓 가상자산 시장
파이낸셜뉴스
2021.02.22 18:00
수정 : 2021.02.22 17:59기사원문
그 중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목숨줄을 꽉 쥐고 있는 것은 시중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 발급이다. 개정 특금법이 가상자산 기업으로 유입되는 자금 출처를 식별해 돈 세탁을 막겠다는 취지인 만큼 가상자산 기업과 그 고객이 동일한 은행 계좌로만 가상자산을 사고 팔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한 것이다.
그동안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지 못해 하나의 법인계좌로 모든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받아 관리해 왔던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문제는 수억원을 들여 AML을 갖춰 놔도 정작 은행이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한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는 "하루에 서너군데씩 은행들을 만나 내부 AML의 강점과 자산 건전성, 사업의 신뢰성 등을 설명하고 있지만 어떤 은행도 실명계좌를 발급해주겠다는 은행이 없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결국 시장에 발을 들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은행들도 속이 쓰린 모양새다. 미국의 가장 오래된 은행이 직접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고 하고, 미국에서는 가상자산 기업들이 속속 은행 면허를 받아 은행업에 나서고 있는데, 한국 은행들은 정작 가상자산 사업 근처에도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3년 전 '가상자산은 투기'라고 못 박은 뒤 바뀐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니 은행이 투기사업에 뛰어들 수 없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양측 모두 쓰린 속내를 안고 있는 가운데, 정작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과 달리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몇몇 거래소 중심으로 축소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현재 개정 특금법과 은행들의 실명계좌 발급 상황을 보면 새로운 기업이 가상자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선순환이 있어야 기업이 살고 시장은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실명계좌 발급은 산업 전체의 생존을 좌우하는 일인만큼 이를 관장하는 금융당국의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srk@fnnews.com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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