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하' SNS서 요즘 안보이네…"통화 두려워" 1020 외면
뉴스1
2021.03.11 07:15
수정 : 2021.03.11 09:06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열풍이라 부르기엔 너무 잠잠하다. 차세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 불리는 '클럽하우스' 이야기다. 지난 2월 각종 SNS엔 자신의 클럽하우스 계정을 캡처해 지인들에게 알리는 게시글이 줄을 이뤘다.
클럽하우스 초대장 거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달 초대장 거래는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 기준 하루 30건이 넘었다. 폐쇄형 SNS인 클럽하우스의 특성상 초대장이 있어야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엔 하루 1~2건의 판매 게시글이 전부. 이마저도 며칠째 여전히 '판매중'이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클럽하우스의 한국 다운로드 수는 32만5000건을 기록했다. 국내 IOS 사용자가 700만명임을 고려하면 이용률은 4.6%. '열풍'이라 부르기엔 부족한 수치다.
◇ 마니아 콘텐츠의 한계…선호층은 '소수'
오디오는 마니아 콘텐츠다. 확실한 수요층을 보장하지만,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미디어 업계는 오디오 콘텐츠에 대해 늘 수요가 있지만,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긴 어려운 분야라고 설명한다.
오픈서베이가 지난 8일 발표한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오디오 기반 음성채팅의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 '매우 선호함'은 2.2%, '선호함'은 17.9%가 응답했다. 반면 '전혀 선호하지 않음'은 16.6%, '선호하지 않음'은 19.4%가 응답했다.
오디오 콘텐츠에 대해 선호하는 사람보다,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클럽하우스에 대한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2명 중 1명 꼴로 클럽하우스를 인지하고 있었으나, 향후 이용 의향은 16.6%로 낮은 수준이었다. 이처럼 클럽하우스를 이용을 꺼리는 데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 1020세대는 '콜포비아'…초대 시스템도 '거부감'
'콜포비아'(call+phobia). 1020 세대에서 나타나는 전화 공포증 현상이다. 스마트폰 터치로 대화·배달 등 대부분의 것을 해결하다 보니 통화보다 문자, 이메일 소통을 더 선호한다. 일부 사람들은 전화에 필요 이상의 부담과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대학생 이정연(25)씨는 "모르는 사람들과 전화를 하며 자기소개도 하고, 본인 이야기를 털어놓는 문화에 적응할 수 없었다"며 "줌(Zoom) 회의를 할때도 최대한 마이크를 꺼놓고 대답을 피하는 저같은 성격들은 즐기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정현(27)씨도 이같은 생각에 동감했다. 최씨는 "클럽하우스에서 한번 말할 기회를 부여받았는데, 막상 입이 안 떨어져 급히 앱을 껐다"며 "제대로 즐기려면 내가 완벽한 인싸(인사이더)가 돼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초대장을 받아야 입장이 가능한 폐쇄형 시스템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았다. 오픈서베이 측의 보고서에 따르면 초대장 시스템에 대해 선호하는 시민은 17% 였지만, 비선호하는 시민은 48%였다. 쉽게 이용할 수 없다는 불편함도 있겠지만, 초대 받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나누는 것에 반발심이 더 크다.
몇몇 연예인들이 클럽하우스에 대해 "권력화 된 소통이다", "그룹에 속하지 못하면 불안해지는 심리를 노린 것 같다"는 의견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청각 콘텐츠의 희망…대세론엔 '글쎄'
업계 전문가들은 클럽하우스에 대해 청각 콘텐츠의 희망을 봤다면서도 '대세'가 되기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클럽하우스의 등장에 대해서 청각도 중요한 소통 요소로 가치를 발휘하게 됐다"면서도 "오디오 콘텐츠가 모두가 이용하는 대세가 된다고 보는 건 한계가 있다. 하나의 영역으로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한 업계 관계자도 "클럽하우스는 원래 미국에서 스타트업 창업자, 벤처 투자자들이 모여서 아이디어를 나누는 용도였다"며 "한국 클럽하우스도 지금은 소수의 업계사람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용도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흐름이다. 많은 이용자가 몰리는 건 슈퍼스타가 등장하는 잠시 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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