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52거래일만의 귀환… 코스피 박스권 뚫을까

파이낸셜뉴스       2021.03.15 18:06   수정 : 2021.03.15 18:06기사원문
15일 하루 동안 1105억 순매수
백신 보급에 경기민감주 관심
정유·철강·화학·유통 쓸어담아
매도행진 멈출지는 미지수
올 계획 따르려면 35조 더 던져야

역대 최장 기간 '팔자' 행진을 나타내던 연기금이 돌아왔다. 무려 52거래일 만에 순매수를 기록한 것. 최근 정유와 철강, 화학, 유통 등 경기민감주들을 집중 매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기금 순매수가 코스피 지수 상승의 모멘텀이 될지 관심이 크다.

■연기금 52일만에 순매수 전환

15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연기금은 1105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연기금이 매수우위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2월 23일 이후 52일만이다.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지난 12일까지 5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며 14조4962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운 바 있다.

지난 12일에도 연기금은 오전 한때 1200억원 규모로 순매수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을 높였지만 오후 들어 매도량을 늘리며 순매도로 마감했다. '네마녀의 날'이었던 지난 11일에도 1000억원 안팎의 순매수세를 유지했지만 장 마감 동시호가에서 현·선물 포지션을 대거 정리하면서 한순간에 3022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연기금의 매도는 주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성장주로 분류되는 코스피 대형주들에 몰렸다. 가장 많은 순매도 규모는 삼성전자의 4조7682억원으로, 전체 순매도 금액의 32.9%에 해당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주식 비중 축소를 이유로 꾸준히 주식을 팔았다"면서 "연기금 자금이 시장에 유입될 경우 또 다른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연기금이 순매수세로 돌아선 것은 최근 연기금이 정유와 철강, 화학, 유통 등 경기민감주들을 집중 매수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채권시장에서 국채 10년물 등 금리가 급등하고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로 인한 실물 경기 회복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경기민감주에 대한 관심이 커진 탓이다.

실제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연기금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S-Oil이다. 이 기간 연기금이 사들인 주식 규모는 1158억원에 이른다. POSCO(969억원)와 롯데케미칼(943억원), KT(855억원), 신세계(601억원), 삼성생명(535억원), 팬오션(469억원), OCI(417억원), 하이트진로(402억원) 등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들었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12월 대비 올해 2~3월 평균 유가가 배럴당 15달러 이상 상승하며, 정유부문 재고평가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휘발유·나프타 등 대부분의 석유제품 마진도 전분기 대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매수우위 지속 여부는 불확실

다만 연기금의 순매수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연기금은 올해 중기자산배분계획(5년계획)에 따라 국내 주식 비중을 16.8%까지 낮춰야 한다. 계획이 마무리되는 2025년까지는 국내 주식 비중을 15%까지 낮추는 것이 목표다.
업계에서는 연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올해 목표인 16.8%로 낮추려면 연말까지 총 35조원 가량의 주식을 팔아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기금에 대한 동학개미들의 불만 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상반기 내내 순매도 행진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부적으로 연기금이 국내 주식 비중과 관련해 정책적 조정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는 만큼 이번 순매수는 단기적인 움직임으로 봐야한다"면서 "아직은 시스템적인 의사결정으로 보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