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ESG 경영 '과대평가' 논란
파이낸셜뉴스
2021.03.21 17:30
수정 : 2021.03.23 11:30기사원문
대부분 ESG 평가 양호
서비스업 특성상 환경 평가 등 유리
이사회, 불완전판매, 유리천장 등
부정적 측면 제대로 평가 안 돼
"금융사 평가 차별화 및 공시 강화 필요"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사들은 현재 ESG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ESG 등급 평가를 보면 금융사들은 최소 B+에서 최대 A+를 받고 있다.
이처럼 높은 점수가 나오는 것은 무엇보다 금융사들이 'E'(환경) 분야에서 눈에 띄는 활동을 벌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최근 금융사들은 기후변화 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이전 대비 감축하거나 그룹의 모든 계열사가 참여하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선 금융사들의 ESG 경영이 과대평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서비스업을 기초로 하는 금융사들이 기본적으로 환경 및 일부 사회 분야(고용산재) ESG 평가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고, 지배구조 및 사회 분야에선 금융사들의 부정적인 측면들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G'(지배구조) 분야와 관련해 사외이사와 감사가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많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번 선임되면 오랜 기간을 그 자리에 머무는 사외이사와 감사들은 감시와 견제는커녕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고, 기본적인 자질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사외이사는 전문성을 갖춘 자이기 보다 대관로비 영업을 위해 관료 및 법조계 출신을 주로 선임했고, 감사는 금융감독원 종합감사 로비 등을 위해 감독원 출신을 주로 뽑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동안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에 대해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99%에 달하는 찬성률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 사태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문제가 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주요 대기업들의 행보와 달리 금융사들은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도 여전히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국내 100대 기업에서 신규 선임된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평균 약 35%를 나타낸 데 반해 금융지주들의 신규 선임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약 17%였다.
아울러 'S'(사회) 분야에서는 고객 보호, 근로자 만족도, 지역사회 기여도 등과 관련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전에 사모펀드 사태로 드러난 불완전판매 문제도 있었고, 과거 대비 나아졌지만 여전히 KPI(성과평가지표)에서 고객 이익보다 회사 이익을 훨씬 우선시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다른 직군에 비해 여성 근로자들의 승진 문턱이 압도적으로 높은 '유리천장' 문제도 평가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향후 금융사에 대한 ESG 평가를 다소 차별화하고, 전반적으로 ESG 평가 관련 공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ESG 관련 구체적인 평가 항목이나 점수 등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이를 개선해 ESG 경영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금융사의 특성상 현재 ESG 점수가 높다고 반드시 ESG 경영을 잘한다고 볼 수는 없는 측면이 있어 다른 업종 기업들과 평가를 달리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며 "아울러 상장사는 2030년부터 ESG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는데, 현재 'Who'(누가) 공시해야 하는가만 정해진 상태인 만큼 앞으로 무슨 내용을 어떻게 공시할까. 즉 What가 How가 확실히 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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