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영끌·빚투 광풍' 멈췄다

파이낸셜뉴스       2021.03.21 18:11   수정 : 2021.03.21 18:11기사원문
올들어 투자 숨고르기
증시조정 이어 대출규제도 원인
2월 신규 주식계좌 뚜렷히 감소
부동산은 공급대책 나오며 관망
30대 거래량 한달새 40% 줄어

지난해 부동산과 주식 투자 열풍 속에 유행처럼 번졌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 영끌을 통해 부동산을 매입하던 2030세대의 아파트 매입 건수와 신규 주식 계좌 증가폭이 올 들어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빚투의 주요 수단이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대출도 올 들어 감소세로 전환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급등한 주택 가격 부담 등의 복합적인 이유로 지난해 같은 젊은 층의 무리한 자산 투자는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투자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21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2030세대의 금융권 대출 규모가 최근 몇 달 새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시장이 최근 주춤하면서 2030세대의 대출도 줄어든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2030세대의 대출 문의가 지난해 연말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2030세대의 신용대출은 광풍일 정도로 크게 증가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신용대출(잔액기준)은 1월 5조2321억원이었는데 12월에는 7조4494억원으로 42.4%나 증가했다.

그러나 올 들어 2030세대의 신용대출 규모가 꺾인 것으로 분석됐다. 1월 말 5대은행(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은행)의 전체 신용대출 잔액은 135조2400억원이었으나 2월 말에는 135조1844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역시 올해 1월 말 잔액기준 47조1885억원이던 것이 2월 말 46조7645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금융시장에선 "보유 자산이 부족한 2030세대가 신용대출과 한도대출을 통해 부동산 영끌과 주식 빚투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며 "그러나, 최근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조정 분위기로 돌아서면서 젊은 층이 대출을 줄인 게 전체 신용대출 규모의 하락 전환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주식시장도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조정 장세가 이어지며 2030세대들의 투자가 확연히 주춤해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증권사(미래에셋·NH·한국투자·삼성·KB)의 월별 2030세대 신규 주식 계좌수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꾸준히 증가했지만 코스피 시장이 주춤했던 2월부터는 증가세가 감소했다. 30대의 경우 지난해 10월 5707건, 11월 8129건, 12월 1만5157건, 올해 1월 3만1298건으로 늘었으나 2월 들어 2만6268건으로 상승폭이 줄었다.

부동산 시장도 영끌을 통해 패닉바잉(공황 구매)에 나선 2030세대의 거래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에는 30대가 아파트 2만9079건을 매입하며 연령대별 최고 거래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1월 들어 거래가 1만7140건으로 40%(1만2000여건) 가량 급감했다. 20대 이하도 같은 기간 7098건에서 4105건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젊은 층의 투자 과열이 다시 살아날지를 두고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신성환 전 금융연구원장은 "미국은 가을이면 코로나를 통제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금리가 상승하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때 한국 주가가 하락할 수 있어 과거와 같은 빚투 열풍은 힘들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반면,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2030세대가 주식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거나 투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기보다는 비트코인이나 해외투자 등 다른 시장으로 확산된 느낌"이라면서 "국내 증시도 시장이 조정을 받는다거나 실적 개선이 나타나면 다시 (영끌과 빚투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이병철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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