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수건 쥐어짠 시멘트업계 "올해도 쉽지않네"

파이낸셜뉴스       2021.03.24 17:04   수정 : 2021.03.24 17:31기사원문
유연탄 대체재 등 비용절감 효과
매출 줄었지만 수익성 크게 개선
건설경기 부진 등 불안요인 여전

시멘트업계가 '불황형 흑자' 늪에 빠졌다. 건설경기 부진 등으로 외형은 쪼그라드는데 허리를 졸라매는 비용절감 효과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비정상적 실적구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에도 경영환경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잿빛전망 일색이다.

적게 팔고 적게 쓰는 불황형흑자가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역시 높아지는 분위기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작은 충격에도 사업 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 업계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덜써서 지켜낸 흑자

22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양회, 아세아시멘트, 한일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 삼표시멘트 등 국내 5대 시멘트사의 지난해 매출이 일제히 후진했다. 업계 1위인 쌍용양회는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5% 감소한 9926억원으로 1조원을 밑돌았다. 한일현대시멘트도 매출이 전년대비 13% 감소한데 이어 한일시멘트 -11.1%, 삼표시메트 -8.7%, 아세아시메트 -7.8% 등 줄줄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반면 수익성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지난해 쌍용양회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4.5% 늘어난 1961억원을 달성했다. 한일시멘트는 무려 82%나 급증해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겼다. 이외 업체들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매출감소에도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은 유연탄 가격의 안정과 업계의 친환경 대체재 마련 등 원가절감의 영향이 컸다. 시멘트 소성 공정에서 고열발생에 필요한 유연탄은 전량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에 따른 국제경기 침체로 가격이 하락한데다가 시멘트업계가 폐합성수지 등을 이용한 친환경 유연탄 대체재를 적극 이용하면서 뚜렷한 비용절감효과를 거뒀다.

지난해 매출이 꺽인 것은 건설경기 불황으로 시멘트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부동산 및 건설투자가 확대됐던 지난 2017년에는 시멘트 수요가 5670만t에 달했다. 하지만 2018년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데 이어 지난해에는 시멘트 수요가 2019년 대비 8% 이상 감소한 4550만t으로 추산되고 있다.

■불황형 흑자 장기화 우려

시멘트업계의 불황형 흑자는 건설경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유연탄 가격의 안정은 일회성 요인으로 언제든 가격이 다시 뛸 수 있다"면서 "원가를 절감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근본적인 실적 개선은 건설경기 회복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투기 의혹으로 3기 신도시 개발 취소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시멘트업계에 큰 부담이다. 외형과 수익성 증가 등 정상궤도 진입을 이끌 동력으로 3기 신도시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이번 사태가 건설경기를 짓누르는 악재가 될까 우려하는 기류가 짙다.

다만 일말의 기대감은 있다. 올해 정부가 책정한 26조원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다.
10년이래 최대 규모다. 이 때문에 '한국판 뉴딜'이 본격화되면 시멘트 수요가 5000만t 이상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예산집행이 본격화되면 시멘트 업체들의 실적개선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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