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라·CS 주가 급락...아키고스 유동성 위기 일파만파

파이낸셜뉴스       2021.03.30 05:00   수정 : 2021.03.30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크레딧스위스(CS), 노무라 홀딩스 등 투자은행들이 29일(이하 현지시간) 된서리를 맞았다.

'타이거 아시아' 펀드매니저인 빌 황의 아키고스 캐피털매니지먼트가 유동성 압박에 몰려 약 300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블록 트레이드'를 통해 대거 처분했다는 소식이 투자자들의 투자은행 주식 투매로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계 노무라 주가는 장중 16% 폭락해 일간 낙폭으로는 사상최대를 기록했고, CS 주가는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가파른 13% 폭락세를 보였다.

아키고스 주요 브로커인 이들 은행이 아키고스의 유동성 압박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CS는 충격을 계량화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이달말 마감하는 1·4분기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위스 취리히에 본부가 있는 CS는 이날 성명에서 "지난주 CS와 다른 은행들의 마진콜로 상당한 규모의 미국 헤지펀드 한 곳이 파산했다"고 밝혔다.

CS는 이어 "마진 약속 이행을 위한 펀드 파산 뒤 CS의 상당수 다른 은행들은 포지션을 정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S 소식통에 따르면 CS가 지적한 손실은 아키고스 상황과 연관돼 있다.

노무라도 미국의 한 고객으로부터 받을 돈이 20억달러 있다고 밝혔다. 이 역시 아키고스가 내야할 돈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황은 아키고스를 통해 자신 가족 소유재산 100억달러를 움직여 왔다. 미국·유럽·아시아 상장 주식에 대규모로 베팅했다.

그러나 투자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아 자금 압박에 시달리면서 그는 지난주 골드만삭스를 통해 블록트레이드로 중국 대형 기술주, 바이애콤CBS·디스커버리 같은 미 미디어주 등을 대량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트레이드란 상장사 주식을 장외에서 대형 투자자에게 뭉텅이로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26일 주식시장에서 골드만삭스를 통해 블록트레이드된 주식들은 장초반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CS는 특히 이달초 운용자산 규모 100억달러인 영국 금융사 그린실캐피털 파산으로 상당한 손실을 떠 안은 상황이어서 아키고스 충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CS는 황과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왔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CS는 2011년과 2012년 당시 황의 타이거아시아 매니지먼트 주요 브로커였다. 당시 황은 최소 3차례 투자은행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는 점을 시인하고 2012년 12월 투자자들에 돈을 모두 돌려준 바 있다.

형사소송 합의금으로 4400만달러도 냈다.

아키고스 스캔들은 그러나 노무라와 CS만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대형 은행들이 아키고스 주요 브로커로 아키고스를 대신해 주식 거래를 해왔기 때문에 이들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모간스탠리, 골드만삭스, 도이체방크 등이 아키고스와 연관된 주식들을 대규모로 털어내기도 했다.

이들 대형 투자은행 주식 역시 이날 하락했다.

이같은 아키고스 유동성 위기는 1998년 미국과 전세계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트린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고 WSJ은 전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2명이 자문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LTCM은 사전 경고음도 없이 갑자기 파산했고, 이때문에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들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지침에 따라 컨소시엄을 형성해 36억달러 구제금융을 지원해야 했다.


아직 충격이 그 정도는 아니다. 관련 개별주 외에 파장은 제한적이다.

시장은 그렇지만 당분간 관련주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하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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