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도 별수 없나
파이낸셜뉴스
2021.05.03 18:00
수정 : 2021.05.03 18:00기사원문
콘크리트 지지율 30% 깨져
5년 단임제하의 숙명인가
박수받는 지도자는 별따기
정치인들은 흔히 민심을 바람에 비유한다. 인기에 초연한 척, 대인배처럼 보이고 싶어서다. 실제론 속이 탄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지지율은 선거 승패를 좌우한다. 집권 시 국정의 성패를 쥐락펴락하는 것도 지지율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급 바닥 지지율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대통령 인기가 떨어지면 제일 먼저 움직이는 게 다름아닌 여당이다. 재집권에 방해가 되면 대통령이고 집권당이고 다 버린다. 사실상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초부터 열린우리당에서 탈당 러시가 시작됐다. 김한길, 천정배, 임종석, 우상호, 문희상, 김근태, 정동영 등 유명 정치인들이 앞다퉈 침몰하는 배에서 뛰어내렸다. 8월에 대통합민주신당이 창당됐고, 곧바로 열린우리당을 흡수했다. 열린우리당은 3년9개월 만에 간판을 내렸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을 14년 전 열린우리당과 비교하는 건 무리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졌다곤 하지만 전임자들과 견주면 아직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지지율 하락 추세를 막지 못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땐 아무리 문파가 건재한 민주당이라도 가만 있지 못한다.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소망이 있다. 대선 득표율과 퇴임 지지율이 엇비슷한 대통령을 보는 것이다. 5년 재임하고 청와대를 떠날 때 박수를 받는 대통령을 보는 것이다. 퇴임 지지율이 득표율을 웃돌면 금상첨화다. 이런 지도자를 가진 국민은 행복하다. 미국엔 그런 대통령이 꽤 있다. 갤럽에 따르면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 당시 지지율이 60%를 오르내린다. 잘해야 20%, 여차하면 10% 언저리로 곤두박질치는 우리 정치에 대면 꿈의 숫자다.
문 대통령 임기가 꼭 1년 남았다. 지지율을 대선 득표율(41%)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도는 없을까. 딱 두 가지만 제안한다. 먼저 부동산 정책을 뜯어고쳐야 한다. 재건축을 투기가 아니라 민생으로 접근하면 길이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청와대 오찬에서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꼭 한번 직접 방문해 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1970년대에 입주한 시범아파트는 고압적인 재건축 규제의 상징으로 꼽힌다. 아랫사람 시키지 말고 문 대통령이 직접 둘러보시라.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다독이는 데 효과 만점일 것이다.
진짜 노동개혁에도 손을 대야 한다. 나이 먹으면 호봉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연공급제 폐지가 고갱이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가 반란을 일으켰다. 문 정부가 귀족노조와 한통속이라는 걸 알아챘다. 4·7 보선은 청년들이 참다 못해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만 노동개혁이 아니다. 대기업·공기업 정규직을 꿰찬 노조 기득권을 깨는 것이야말로 참 노동개혁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원인이 어디 두 가지뿐이겠는가. 백신 불만도 있고, 대북 저자세도 있다. 다만 부동산·노동개혁 두 가지를 살뜰히 챙기면 최소한 지지율 자유낙하에 제동을 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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