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 칼럼] 文대통령도 별수 없나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3 18:00

수정 2021.05.03 18:00

콘크리트 지지율 30% 깨져
5년 단임제하의 숙명인가
박수받는 지도자는 별따기
[곽인찬 칼럼] 文대통령도 별수 없나
5년 단임제 대통령의 숙명인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속절없이 떨어진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29%를 찍었다. 콘크리트 지지율 30%에 금이 갔다. 정치인들은 흔히 민심을 바람에 비유한다. 인기에 초연한 척, 대인배처럼 보이고 싶어서다. 실제론 속이 탄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지지율은 선거 승패를 좌우한다. 집권 시 국정의 성패를 쥐락펴락하는 것도 지지율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급 바닥 지지율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대통령 인기가 떨어지면 제일 먼저 움직이는 게 다름아닌 여당이다. 재집권에 방해가 되면 대통령이고 집권당이고 다 버린다. 사실상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초부터 열린우리당에서 탈당 러시가 시작됐다. 김한길, 천정배, 임종석, 우상호, 문희상, 김근태, 정동영 등 유명 정치인들이 앞다퉈 침몰하는 배에서 뛰어내렸다. 8월에 대통합민주신당이 창당됐고, 곧바로 열린우리당을 흡수했다. 열린우리당은 3년9개월 만에 간판을 내렸다.

급조된 대통합민주신당은 대선 후보로 정동영을 선출했다. 하지만 12월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완패했다. 당명을 바꿨지만 유권자들은 '신장개업'에 속지 않았다. 참여정부 5년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결국 바닥을 기는 노 대통령 지지율이 재집권의 발목을 잡았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을 14년 전 열린우리당과 비교하는 건 무리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졌다곤 하지만 전임자들과 견주면 아직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지지율 하락 추세를 막지 못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땐 아무리 문파가 건재한 민주당이라도 가만 있지 못한다.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소망이 있다. 대선 득표율과 퇴임 지지율이 엇비슷한 대통령을 보는 것이다. 5년 재임하고 청와대를 떠날 때 박수를 받는 대통령을 보는 것이다. 퇴임 지지율이 득표율을 웃돌면 금상첨화다. 이런 지도자를 가진 국민은 행복하다. 미국엔 그런 대통령이 꽤 있다. 갤럽에 따르면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 당시 지지율이 60%를 오르내린다. 잘해야 20%, 여차하면 10% 언저리로 곤두박질치는 우리 정치에 대면 꿈의 숫자다.

문 대통령 임기가 꼭 1년 남았다. 지지율을 대선 득표율(41%)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도는 없을까. 딱 두 가지만 제안한다. 먼저 부동산 정책을 뜯어고쳐야 한다. 재건축을 투기가 아니라 민생으로 접근하면 길이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청와대 오찬에서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꼭 한번 직접 방문해 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1970년대에 입주한 시범아파트는 고압적인 재건축 규제의 상징으로 꼽힌다. 아랫사람 시키지 말고 문 대통령이 직접 둘러보시라.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다독이는 데 효과 만점일 것이다.

진짜 노동개혁에도 손을 대야 한다. 나이 먹으면 호봉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연공급제 폐지가 고갱이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가 반란을 일으켰다. 문 정부가 귀족노조와 한통속이라는 걸 알아챘다. 4·7 보선은 청년들이 참다 못해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만 노동개혁이 아니다.
대기업·공기업 정규직을 꿰찬 노조 기득권을 깨는 것이야말로 참 노동개혁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원인이 어디 두 가지뿐이겠는가. 백신 불만도 있고, 대북 저자세도 있다.
다만 부동산·노동개혁 두 가지를 살뜰히 챙기면 최소한 지지율 자유낙하에 제동을 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