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아 "서른살에 만난 섹시한 '록시', 큰 용기 얻었죠"
뉴시스
2021.05.10 10:02
수정 : 2021.05.10 10:02기사원문
뮤지컬 '시카고' 7월18일까지 공연
오는 7월18까지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16번째 시즌을 선보이는 뮤지컬 '시카고'는 재즈와 갱 문화가 발달한 1920년대 격동기 미국이 배경이다. '관능적 유혹과 살인'이 테마로, 부정부패가 난무한 사법부에 대한 풍자가 돋보인다. 코로나19 가운데도 순항 중이다.
록시의 매력도 이 뮤지컬의 인기 비결 중 하나다. 록시는 애인에게 배신당한 뒤 그를 총으로 쏴 교도소에 갇힌다. 하지만 마냥 절망하지 않는다. 진창 같은 곳에서도, 길들여지지 않는 밝음으로 보드빌 스타를 꿈꾼다.
맑은 음성의 민경아는 '더 라스트 키스'의 '마리 베체라', '웃는 남자'의 '데아' 등 그간 주로 청순한 역을 맡아왔다. 작년 '렌트'에서 재개발에 항의하기 위해 온몸을 거침없이 쓰는 전위적 행위 예술가 '모린'으로 숨겨왔던 끼를 드러냈다.
이번 록시로 그 자유분방함에 방점을 찍고 있다. 록시로 변신한 민경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쁘고, 노래를 잘하지만 기회가 없어서 무대에 서지 못한 안타까운 여성이에요. 보드빌 무대가 참 간절하지만 늘 기회가 없었죠. 부모도 록시를 포기한 상태이고요. 그렇다보니 가엾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소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밉기보다는 사랑스러운 이유죠."
-본인과 록시의 닮은 점이 있습니까?
"무엇을 하든 악의가 없어요. 솔직하고 단순하고 긍정적이죠. 저 역시 앞날을 무서워하거나 고민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자'는 편이에요."
-록시 역은 최정원, 옥주현, 아이비, 윤공주 등 스타들이 거쳤어요. 부담스러웠을 법도 합니다.
"솔직히 부담이 됐죠. 유명한 작품이고요. 하지만 벨마 역을 맡은 최정원·윤공주 선배님이 너무 존중을 해주셔서 힘이 나요. 매번 고민하시는 두 분을 보며, 반성하고 배우기도 합니다. 아울러 스스로 록시랑 닮았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고 있어요. 제가 출연한 작품임에도 포스터에 제 이름이 없어 회의감도 든 때도 많았는데, 좋은 역들을 맡아 감격스러워요."
"네 많이 떨어졌어요. 그래서 록시의 긍정적인 태도가 좋아요. 밑바닥을 쳤음에도, 록시는 끈을 놓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잖아요. 부정적인 것을 금방 털어내는 록시는 잘 살 거예요."
-어떻게 배우의 꿈을 꾸게 됐나요?
"아빠가 어릴 때 노래를 많이 시키셨어요. 유쾌하신 분이에요. 맹구를 따라하시며, 망가지는 걸 부담스러워하지 않으셨죠. 아빠의 그런 끼를 물려 받은 거 같아요. 동요대회 출전해서 대상을 받고, '캣츠' '명성황후'를 보면서 뮤지컬배우의 꿈을 키웠죠. 이후에 변함없이 배우의 길을 걸어왔어요."
-언론을 통해 조명되고 대중의 사랑과 무관심을 동시에 받는 록시 역은 연예인의 삶과도 비슷해 보여요. 올해 초엔 씨제스엔터테인먼트(최민식·설경구·김준수 등이 속한 회사)와 전속계약도 맺는 등 스타성을 인정 받고 있는데 그런 부분도 공감이 됐나요?
-록시가 경아 씨 배우인생의 전환점이 될 거라고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캐릭터가 경아 씨에게 어떤 영향을 줄 거 같나요? 열린 결말이라 록시가 어떻게 살아갔는지에 대해서는 그려지지 않죠. 그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서른이 된 올해 너무나 멋있고 섹시한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어요.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큰 용기를 얻었죠. 록시에겐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어요. '넌 지금도 충분히 매력적이야. 너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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