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모펀드
파이낸셜뉴스
2021.05.30 19:45
수정 : 2021.05.30 19:45기사원문
2008년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는 오비맥주를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KKR과 어피니티 컨소시엄에 18억달러에 팔았다. 이들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대신 영업활동 개선, 유통망 정비, 시설투자에 올인했다. 5년 만에 오비맥주가 하이트를 밀어내고 한국 맥주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자 58억달러를 받고 AB인베브에 재매각했다.
저조한 실적에 허덕이던 버거킹은 국내 최초의 토종펀드 보고펀드에 팔린 지 3년 만에 다시 일어섰다. 전문경영인 영입, 공격적인 가맹점 모집, 24시간 영업 확대 등으로 매출액을 급증시켰다. 보고펀드는 2015년 인수가격의 두 배를 받고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 버거킹을 팔았다.
'단물만 빨아먹고 버린다'는 전문투자형(헤지펀드)과는 다른 경영참여형 PEF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PEF가 자본시장의 핵심축으로 부상한 지 오래다. 자본조달의 '만능키'로 국내 인수합병 시장을 휩쓸고 있다. 론스타·라임·옵티머스 등 '나쁜 헤지펀드'도 있지만 반대로 경영개선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자본을 투입해 정상화한 뒤 기업을 되파는 '착한 사모펀드'도 있다.
국내 PEF의 약진이 놀랍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대한항공 기내식 기판사업을 인수한 것을 비롯해 웅진식품, SK해운 등 모두 25건의 기업경영권을 성공적으로 인수 투자한 실적을 갖고 있다. 현재 운용자산 규모는 9조4000억원을 웃돈다. 계열사 총매출은 13조3000억원이며, 고용인력은 3만명에 달한다. PEF가 문제적 기업을 인수한 뒤 적극적인 투자로 기업가치를 높여 되판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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