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제지에도 마취된 女환자 성기 만진 의사··· 시민단체가 고발

      2021.06.17 14:00   수정 : 2021.06.17 22:5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자궁을 먹을 수 있나” “처녀막을 볼 수 있나” “OO(마취된 여성환자 성기)를 더 만지고 싶어 여기 있겠다” 등 비상식적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서울아산병원 전 인턴의사 A씨가 고발됐다. 사건이 발생한 지 2년 만의 일이다.

A씨를 고발한 단체는 성추행을 당한 환자가 마취상태라 기억이 없고 병원은 수련의 취소 처분만 해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게 부당하다며 경찰이 새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산병원 엽기인턴, 2년만에 조사받나
시민단체 의료정의실천연대는 17일 유사강간 및 강제추행 혐의로 A씨를 서울 송파경찰서에 고발했다.

단체는 고발장에서 “서울아산병원에서 수련 중인 인턴 의사가 산부인과 수술실 내에서 마취된 여성들을 대상으로 충격적인 성추행과 함께 유사강간 행위로 추정되는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며 “인턴의사의 범죄행위는 전공의 의사에 의해 병원에 보고됐으나 징계위원회는 해당 의사를 형사고발조치 하지 않고 3개월 병원 징계만 하고 진료에 복귀시켰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부인과 여성 레지던트 의사가 해당 인턴 의사가 저지른 성추행과 성폭행에 대하여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성환자의 배를 완전히 개복해놓고 교수를 기다리는 동안에 배가 열려서 자궁이 노출된 환자의 자궁을 희롱하면서 만진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진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체는 당시 레지던트 의사가 징계위에서 “회음부를 반복적으로 만지길래 제지했다”고 증언한 부분에서 유사강간 혐의를 적용할 수 있고, A씨가 다른 환자에 대해 “처녀막을 확인해보고 싶다”고 말했다는 조사기록 등에 비춰 다수 성추행 혐의도 유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서울아산병원 징계위를 통해 당시 조사자료를 확보하면 파렴치 인턴 의사의 범죄행각을 확인할 수 있다”며 “당시 레지던트들이나 간호사들까지 참고인으로 조사해 정확하게 형사처벌해달라”고 촉구했다.


■유력 병원 충격 범죄, 왜 고발 없었나

2019년 4월께 발생한 서울아산병원 엽기 인턴 사건은 1년 뒤인 2020년 한 언론사가 당시 징계위 기록을 입수해 보도하며 알려졌다.

동료 의사 제지에도 불구하고 마취된 여성 환자의 음부를 추행하고, 환자를 대상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점 등이 징계위 기록에 포함된 것으로 보도됐다. 또 여성 간호사에게 "남자는 덩치가 크면 성기도 큰데 여자도 그러냐"는 등의 희롱성 질문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은 당초 정직 3개월 처분만 내렸으나 보도가 이어지자 A씨의 수련의 자격을 취소했다. 다만 병원이 해당 인턴을 직접 고발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형사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어 징계취소 소송까지 제기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특히 A씨가 산부인과와 소아과 등에서 수련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환자들의 불신도 커졌다.

사건을 고발한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환자가 비정상적인 의료인에게 추행당하고 희롱당하는 범죄가 벌어졌는데 그 의사는 여전히 의사자격을 갖고 있고 병원도 고발하지 않아 어떤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만약 의료계에 자정능력이 있었다면, 수술실에 CCTV라도 달려 있었다면 그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었겠나"라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2월 서울 송파경찰서가 A씨를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의견 송치한 사건을 받아 지난달 불구속 기소했다고 확인했다.
의료정의실천연대가 고발한 유사강간 등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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