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정' 중국 야생 코끼리떼 집으로..17개월동안 5개 도시 떠돌아
파이낸셜뉴스
2021.08.11 06:55
수정 : 2021.08.11 06:5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누구나 가출은 할 수 있다. 그러나 몸 성하게, 제자리에 돌아만 오는 게 부모의 마음이다. 윈난성을 떠난 코끼리 떼를 지켜보는 중국인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지난해 3월 중국 남서부 윈난성의 자연보호구를 탈출한 야생 아시아 코끼리 떼가 17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코끼리 떼는 그동안 1300㎞ 넘게 이동하면서 윈난성 성도인 쿤밍을 포함해 5개 도시에 발자국을 찍었다.
야생 코끼리 떼의 긴 여행은 지난해 3월 시작됐다. 시솽반나 보호구를 탈출한 코끼리 16마리는 같은 해 7월 푸얼에 진입했다. 현지 당국은 트럭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거나 헬기로 먹이를 뿌려 진로를 바꾸려고 했지만 허사였다. 코끼리들은 지난 4월 푸얼 북쪽에 있는 위시에 발을 들이면서 전통적인 서식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야생 코끼리 떼는 이때부터 약 4개월간 약 1300㎞를 이동하며 중국 매체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코끼리들은 농가 등을 지나며 옥수수를 먹어치우는가 하면 언덕배기에서 다 같이 잠을 청하기도 했다. 야생 코끼리와 사람이 맞닥뜨리는 일이 없도록 이동 경로에 있는 주민 15만명이 대피했다. 처음에 보호구를 나온 16마리 중 3마리는 무리를 떠났고 그사이 새끼 한 마리가 태어나 지금은 14마리가 함께 움직이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코끼리는 지적 수준이 높아 이동 경로를 기억할 수 있다”며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다리를 건너는 등 인공 시설을 이용한 경험도 축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야생 아시아 코끼리들의 이동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개체 수는 늘었는데 서식지는 감소했기 때문이다. 윈난성에 따르면 1978년 150마리 안팎이었던 야생 아시아 코끼리 수는 현재 300여마리로 늘어났다. 코끼리가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나서는 건 정상적인 행위이고 이러한 이동이 유전자 교류를 돕는 측면도 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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