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휴머노이드 로봇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파이낸셜뉴스
2021.08.19 18:43
수정 : 2021.08.19 18:43기사원문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학습된 인간성을 갖고 존재하다 사용자인 사람의 필요와 변심으로 버려진 구식 로봇들이 모여 사는 낡은 아파트. 여기에 헬퍼봇 5 '올리버'와 헬퍼봇 6 '클레어'가 나란히 산다. 옛 주인의 취향을 닮아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올리버는 주인이 언젠가 다시 자신을 찾으러 올거라 믿으며 매일 같은 일과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언제 주인이 올지, 그 전에 자신의 수명이 끝나버릴지 알 수 없다. 세월이 흐르면서 고장난 자신의 신체 일부를 스스로 수리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부품을 주문해왔지만 그 역시 곧 단종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언젠가 자신에게도 마지막이 올 것을 직감한다.
올리버보다 후속작으로 출시되면서 사회성은 업그레이드 됐지만 내구성이 약하다는 단점을 가진 클레어의 충전기는 벌써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충전을 받지 못하면 예상치도 못할 때 끝나버릴 자신의 운명, 인생의 끝이 코앞에 왔다는 생각에 아찔하다. 그간 혼자 지내왔던 이들은 이렇게 끝을 직감하는 순간에 자신과 비슷하게 버려진 이웃 로봇으로 조우한다. 그 만남으로 인해 너무도 정확하게 반복되던 서로의 일상에 변화가 시작된다. 유한한 자신들의 삶에 불안을 느끼면서 이들은 각자의 마지막 소망을 이루기 위해 제주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이들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스스로 학습하게 된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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