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선출 권력 주의해야"... 법원조직법 개정안 논의 치열
파이낸셜뉴스
2021.09.14 15:50
수정 : 2021.09.14 15:50기사원문
"판사, 비선출 권력.. 결정, 국회·국민 몫"
"개정안 부결, 선악구도로 봐선 안 된다"
"판사 선발, 국민들의 견제수단 돼야"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력 법관 임용 최소 경력을 ‘10년’으로 하는 현행법은 지난 2011년 도입됐다. 관련 논의가 시작된 건 1993년부터다. 하지만 법관 지원율 감소 등 현실적 이유로 법조계에서는 법조일원화를 유보하되 우수한 경력 법조인들을 법원으로 올 수 있도록 법관들의 제도·처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데 힘이 실린 바 있다.
당초 법조계에선 '부결에 대한 반발'이 주된 반응이었지만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의 부결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의 글들이 올라왔다. 현직 부장판사들이 쓴 이 글들은 조회수 800~1000을 기록했다. 평소 코트넷에 올라오는 글의 조회수가 평균 200인 것을 감안하면, 법조일원화 논의에 법원 구성원들의 관심이 높은 셈이다.
고승일 인천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2기)는 국회 의사결정 과정에 법원이 개입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국민들이 '10년' 기준을 선택한 것인데,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법원 구성원들이 업무 처리 등 현실적 이유로 개정하려고 했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고 부장판사는 “법관은 겸손히 의견을 밝힐 수 있을 뿐, 법원 설치와 구성에 관한 최종 선택은 국민·국회에 있다”라며 “법조일원화를 제대로 시행하기 전 법원 내부 사정을 들어 법률을 무력화하려 했던 법원에게 국민이 ‘월권적 태도’라고 나무라는 건 채찍"이라고 주장했다.
개정안을 추진하며 준비가 미흡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법관이나 법원이 자신들의 사정만을 이유로 과거로 회기하자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명분으로 내세우긴 부족하다"라며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이 국회에서 앞으로 벌어질 법원 상황에 대해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선악 프레임 옳지 않아”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부결된 이후 김용희 울산지법 부장판사(34기)는 SNS와 코트넷에 "획기적 증원과 판사 근무여건의 파격적 개선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비판했다. 또 반대·기권 의원들을 향해 "선악구도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인 '반개혁세력'을 만들어 냈다"고 썼다.
송승용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29기)는 이 같은 '정치적 접근'을 경계했다. 그는 "정치적 분석은 법원이 개정안 추진에 대해 정치적 미숙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법조경력 재조정'은 그런 정치적 고려에서 출발한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송 부장판사는 "(개정안 부결을) 법조 경력연차 재조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이에 기초한 입법권자의 결단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봐야 한다"라며 "개정안 부결을 선악의 구도나 개혁·반개혁 프레임으로 볼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법관 선발, 국민들의 견제수단 돼야"
한편 시험·면접으로 판사를 뽑는 기존 방식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국민들이 사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이 의원은 신규 판사 선발을 두고 “필기시험을 없애고 법원이 아니라 국회 ,정부,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이 연합해서 판사를 뽑아야 한다”며 김앤장 판사 독식 방지법 발의를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무서운 발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법원 내부에서 김 부장판사 주장에 반대되는 의견이 제시됐다. 고 부장판사는 “법관들은 시험 절차에 의해 선발된 사람들로, 그 지위를 실력으로 얻은 권력으로 착각하고 기득권화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국민들이 법관을 견제하는 유일한 수단은 임용·재임용인데, 이마저도 사법부 독립을 강조하며 법원이 행사한다면 견제는 어떻게 하나”라고 지적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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