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불통'이 드러낸 IT코리아의 민낯
파이낸셜뉴스
2021.11.02 18:31
수정 : 2021.11.02 18:55기사원문
통신망 불통 사고를 언론 속보보다 일상생활에서 먼저 체감하는 시대다. 스마트폰 안에 신용카드도, 은행계좌도, 코로나19 백신 증명도 다 들었으니 통신망이 멈추면서 일순 생활이 멈췄다. 학교 온라인 수업도, 기업의 업무도, 음식점 배달 주문도 멈췄다고 한다. 89분 통신 장애에 전국민의 생활이 멈춰 섰다. 디지털 시대 통신망은 디지털 공기다.
몇년 새 비슷한 통신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KT가 뭇매를 맞고 있지만 다른 통신사들도 자유롭지 않다. 일회성 실수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문제가 생긴 게다.
문재인정부의 통신정책은 뭐였더라? 떠오르는 정책도 없다. 국민 생활을 좌우하는 통신서비스 주무 부처조차 폼나는 신사업에만 눈을 돌리고 있지 않은가. 통신회사들 줄세워 이동통신 속도 비교하는 것 외에 전국 기간망 관리상황은 점검이나 하는가. 통신회사 이용자 약관이 언제적 약관인지 점검은 하는가. KT를 향해 '껌값 보상' 불만을 터뜨리는 소상공인에 대해 현실적 약관 개정을 점검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은 없는가. 바야흐로 대선 철이다. 통신요금 인하 공약이 터져나오겠다 싶다. 역대 3번의 대선을 거치면서 대통령 후보의 유일한 통신정책은 요금 인하가 전부였으니 올해라고 다를까 싶다.
따져보니 대통령에서 주무 부처, 통신회사로 이어지는 책임 라인에서 통신망을 튼튼히 유지하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 낼 만한 구멍조차 없었던 게 반복되는 통신망 사고의 근본원인은 아닐까 한다. 한때 전국민이 초고속인터넷을 쓰고, 유선보다 빠른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다며 'IT코리아'를 대한민국의 대표 브랜드로 세계에 자랑했던 시절이 있었다. 세계 최고의 통신인프라는 디지털 혁신의 기반이 됐고 K콘텐츠 AI, 메타버스 같은 열매를 맺었다. 그런데 89분의 통신망 사고는 디지털 혁신의 성과 뒤에 가려졌던 2021년 'IT코리아'의 민낯을 드러냈다. 지금 근본원인을 손보지 못하면 다음에는 89분 사고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위기감이 든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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