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혁신이 생존의 열쇠
2021.11.25 18:00
수정 : 2021.11.25 18:00기사원문
기술패권 경쟁의 핵심은 디지털 첨단기술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상호의존성의 무기화를 통해 경제·외교·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으로 압축된다. 세계화와 글로벌 협력을 통해 '저비용·고효율'을 추구하던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체제가 부상한 것이다. 지리·경제·안보 모든 측면에서 주변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반도체, 스마트폰 등 우리 경제를 대표해온 디지털이 경쟁의 최전선에 있는 만큼 우리로선 외면할 수 없는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우리만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좁은 영토를 기술로 확장해온 우리의 성장 역사와 같이, 디지털 기술의 확고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흔들리지 않는 안정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먼저 전략적 핵심기술 확보와 공급망에 대한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자국 중심의 '배타적 밸류체인'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ICT 핵심부품과 SW 분야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인공지능, 6G, 양자기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 또한 늦춰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미래 핵심기술에 대한 한·미, 한·EU 등과의 국제 공동연구와 표준화 협력의 확대가 필요하다. 동맹국 중심의 '기술 블록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미래의 신 공급망에 대비하는 글로벌 협력이 중요하다. 디지털 통상으로 변화되는 교역환경에 대응한 디지털 서비스 경쟁력 확보 노력도 절실하다. 아울러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우수 인재의 확보로 귀결된다. 인공지능 대학원, 소프트웨어 중심대학과 같이 국내 대학의 연구역량 강화를 통해 최고의 인력을 육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과학기술과 디지털이 중심이 되는 리더십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패권경쟁 양상이 군사·경제 대립에서 기술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다. 선제적인 전략기술 확보와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기술패권 컨트롤타워로서 국가 과학기술 혁신을 총괄하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기회는 위기와 함께 찾아온다.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역설적으로 비대면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불러왔던 것처럼,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지금이야말로 우리 디지털의 자립과 재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 세계 최고의 디지털 경쟁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 국가로 도약할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