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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디지털 기술혁신이 생존의 열쇠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25 18:00

수정 2021.11.25 18:00

[fn광장] 디지털 기술혁신이 생존의 열쇠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며 새로운 냉전이 시작되고 있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은 세계화와 글로벌 밸류체인과 같은 탈냉전 시대의 새로운 질서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이 새로운 냉전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대응은 빠르고 강력하다. 지난 6월 미국 상원에서 가결된 '혁신경쟁법'은 첨단기술에 대한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을 전략기술에 대거 포함시키며 29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또한 마찬가지다. '중국제조 2025' 전략에 이어, 지난 4월 '14차 5개년 계획'을 통해 디지털 중국 건설을 목표로 차세대 정보기술과 같은 전략산업의 기술 자립을 서두르고 있다.

기술패권 경쟁의 핵심은 디지털 첨단기술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상호의존성의 무기화를 통해 경제·외교·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으로 압축된다. 세계화와 글로벌 협력을 통해 '저비용·고효율'을 추구하던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체제가 부상한 것이다. 지리·경제·안보 모든 측면에서 주변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반도체, 스마트폰 등 우리 경제를 대표해온 디지털이 경쟁의 최전선에 있는 만큼 우리로선 외면할 수 없는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우리만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좁은 영토를 기술로 확장해온 우리의 성장 역사와 같이, 디지털 기술의 확고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흔들리지 않는 안정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먼저 전략적 핵심기술 확보와 공급망에 대한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자국 중심의 '배타적 밸류체인'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ICT 핵심부품과 SW 분야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인공지능, 6G, 양자기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 또한 늦춰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미래 핵심기술에 대한 한·미, 한·EU 등과의 국제 공동연구와 표준화 협력의 확대가 필요하다. 동맹국 중심의 '기술 블록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미래의 신 공급망에 대비하는 글로벌 협력이 중요하다. 디지털 통상으로 변화되는 교역환경에 대응한 디지털 서비스 경쟁력 확보 노력도 절실하다. 아울러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우수 인재의 확보로 귀결된다. 인공지능 대학원, 소프트웨어 중심대학과 같이 국내 대학의 연구역량 강화를 통해 최고의 인력을 육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과학기술과 디지털이 중심이 되는 리더십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패권경쟁 양상이 군사·경제 대립에서 기술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다. 선제적인 전략기술 확보와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기술패권 컨트롤타워로서 국가 과학기술 혁신을 총괄하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기회는 위기와 함께 찾아온다.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역설적으로 비대면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불러왔던 것처럼,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지금이야말로 우리 디지털의 자립과 재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 세계 최고의 디지털 경쟁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 국가로 도약할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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