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이라는 미운오리
파이낸셜뉴스
2021.11.30 18:00
수정 : 2021.11.30 18:00기사원문
게임업체들은 빗썸, 코인원에 앞다퉈 투자를 결정했다. 메타버스, NFT 바람을 타고 요즘 가상자산 사업과 기업들은 그야말로 '귀한 몸'이 됐다.
"가상자산이라는 단어만 디지털자산으로 고쳐주세요. 분위기 잘 아시잖아요. 가상자산이라는 단어 들어가면 사업 못해요." 2019년 모 대기업의 가상자산 사업 움직임 기사를 썼더니 돌아온 수정요청이었다. 정부가 직접 가상자산(암호화폐)이라는 말을 국가적 금칙어로 못박고, 가상자산거래소 운용 기업에 사행산업이라는 낙인을 찍어 벤처기업 인증을 하루아침에 박탈했던 게 3년 전이다. 3년 만에 여야 대통령후보들은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하겠다고 공약을 내걸고 있다. 가상자산, NFT 사업을 전면에 내걸면 단박에 주가가 뛰니 대기업들은 너나없이 가상자산 사업을 홍보거리로 내놓는다.
시장은 3년 새 미운 오리의 진가를 알아보고 있다. 그런데 아직 정책은 요지부동이다. 여전히 가상자산 투자는 금융상품 투자가 아니라 그림 투자 같은 개념으로 세금을 매기겠다고 입장을 고수한다. 가상자산거래소는 아직도 벤처기업으로 인정 못받는다. 지금이라도 시장 상황에 맞춰 개선해야 할 정책들이다. 최근 EU 집행위원회는 가상자산 사업 규칙을 담은 법률 MiCA를 채택하면서 "가능한 한 빨리 건전한 규칙을 마련하는 것이 정책 입안자로서 우리의 정책이자 의무"라고 명시했다. 우리 정부가 정책입안자의 의무를 돌아봤으면 한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정보미디어부 블록체인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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