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범죄 꿈꾸다 쪽지문에 덜미 '청주 70대여성 살인사건'
뉴스1
2021.12.06 06:01
수정 : 2021.12.06 08:38기사원문
(청주=뉴스1) 조준영 기자 = 한 아파트 13층 안방 침대 위에서 74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 머리 부분이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 한눈에 봐도 단순 변사가 아닌 살인사건이었다.
문제는 사망한 노인의 집이 다른 살인사건 현장과는 달리 지나칠 정도로 깨끗했다는 점.
유력 용의자 몇 명이 추려진 상황에서 범행을 입증할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서 수사는 한 달 넘게 제자리걸음을 이어갔다.
그렇게 답보 상태가 이어지던 때, 네 번째 현장 정밀감식에서 혈흔이 묻은 쪽지문(일부분만 남은 조각지문)이 나왔다. 지문은 주방 한편 깊숙이 숨어 있던 비닐랩 뭉치에 묻어 있었다.
수사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분석 결과, 지문은 보험설계사 A씨(당시 41세·여)의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발생 45일 만에 70대 노인 살인사건 피의자가 특정된 순간이었다.
A씨는 사건 발생 당일 오후 6시30분쯤 자신의 어머니와 친분이 있는 피해자 집에 침입했다.
이후 그는 거실 탁자 위에 놓인 귀금속과 현금 30만원이 든 봉투를 훔치려다 피해자에게 들키자 둔기를 휘둘러 무참히 살해했다.
A씨가 쉽게 덜미를 잡히지 않은 것은 범행 전후 '치밀한 움직임' 때문이었다.
A씨는 범행 몇 시간 전 피해자가 살던 아파트를 미리 찾았다. 현장을 미리 둘러보고 사전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당시 그는 의심을 피하려고 검은색 정장을 입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도 피해자 집이 있는 13층이 아닌 10층까지만 이용했다.
계단으로 올라가 현장을 미리 둘러본 A씨는 이내 아파트를 빠져나와 옷을 갈아입었다. 같은 날 오후 6시20분쯤 다시 아파트로 간 A씨는 불과 10분 만에 피해자를 살해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는 숨진 피해자를 안방으로 끌고 가 침대 위에 눕힌 뒤 욕실에 있던 고무대야에 물을 받아다가 뿌렸다.
또 고무장갑을 끼고 다음 날 새벽까지 약 8시간 동안 여기저기 남아있는 범행 흔적을 지웠다.
피해자를 살해하는 데 쓴 둔기는 주방용 비닐랩으로 싸서 나왔다.
하지만 완전범죄를 꿈꾸던 A씨는 범행 흔적을 지우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범행 도구인 둔기를 싸려 비닐랩을 뜯다가 지문을 남긴 것이다.
경찰에 붙잡힌 A씨는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다 지문이 나온 사실을 알고 결국 자백했다.
그는 "보험설계사 일을 하면서 3000만원 정도 빚을 졌고, 최근 생활이 힘들어 우발적으로 그랬다"고 진술했다.
결국 강도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금품을 훔치다가 피해자에게 발각되자 죄를 인멸할 목적으로 74세인 노령의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범행 전 행적과 범행 후 치밀하고도 대담한 증거인멸 행위 등에 비춰보면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피고인 진술과 달리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볼 여지가 적지 아니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