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못늘리고 가격 통제만… 물가정책 '한계'
파이낸셜뉴스
2021.12.14 18:19
수정 : 2021.12.14 18:19기사원문
한없이 치솟는 물가 비상
ADB, 내년 상승률 0.3%P 상향
인플레 확산·공급망 부족 악재속
정부, 가스·전기요금 동결에 의존
그나마 부처간 방향 달라 엇박자
정부 교체기여서 정부 부처 내 엇박자도 문제다.
1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물가상승률 관리 목표를 2%대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대는 당초 목표인 1.4%는 물론 올해 관리 목표인 1.8%를 뛰어넘는다.
글로벌 인플레 상황 속에서 정부 대책은 한계를 노출시키고 있다. 우선 물가당국이면서 경제부처를 조율하는 기재부의 목소리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는 내년 2%대 물가관리 목표를 설정하며 선제적으로 내년 상반기 전기·가스요금을 동결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가스공사가 내년 1월 도시가스요금 10% 인상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12, 13일 이틀간 정부 부처 내에서 일어난 일이다.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해 물가상승률을 최소화하겠다는 기재부와 원가 압박을 반영해야 한다는 산업부가 대립한 것이다.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배럴당 23.38달러에 불과하던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80달러로 치솟았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LNG 가격지표인 유럽TTF 천연가스 가격은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산업부로선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 누적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론적으론 정책조율 실패다.
정부의 분야별 물가 부처책임제도 전시행정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부처책임제는 석유는 산업통상자원부, 농축산물은 농림축산식품부, 수산물은 해양수산부가 각각 관리하는 일종의 행정지도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이명박정부 시절 52개 생필품 리스트를 만들어 정부가 직접 생필품 가격을 관리하겠다고 나섰지만 효과는 없었다. 2012년에는 농식품부가 '물가관리실명제'라는 이름으로 농산물별 물가관리 담당자를 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추 국장' '무 과장'이란 자조적인 표현이 나올 정도로 성과는 미미했다. 11월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가 7.6%까지 치솟고, 국제유가까지 급등한 상황에서 인위적 가격억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어서다.
정부의 물가관리에 대한 시장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우유 등 유제품의 원료인 원유가격 체계 개편이 난항을 겪고 있다. 농식품부는 유제품값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격 구조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낙농진흥회 등 생산자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전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시적 인플레는 공공요금 억제 등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서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미국, 유럽 등 거대 경제권마저 초인플레 시대의 영향권에 진입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입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선 단기정책은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의 인플레 상황은 유동성 확대,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이 원인이어서 전기·가스요금 등을 통제하는 방식은 곤란하다"며 "공급부문인 원자재의 안정적 수입, 관세 인하 등을 통해 물가상승폭이 커지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 교수는 "물가 부처책임제도 가격억제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공급을 늘리는 방향에 집중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김현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