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누 "팬들의 기다림, 도마 2집 원동력"
뉴시스
2021.12.22 05:01
수정 : 2021.12.22 05:01기사원문
기사내용 요약
오늘 오후 6시 공개…지난 3월 세상 떠난 도마 유작
"도마 누나, '잘했다'는 말 해줄 거 같아"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로 기억되는 밴드 '도마'의 정규 2집 '도마'가 22일 오후 6시 음원사이트에 공개된다. 지난 3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보컬 도마(1993~2021·김수아)의 유작이다.
도마는 홀로 EP '도마 0.5'(2015)로 데뷔했다.
기타리스트 거누(25·김건우), 퍼커션 손원진(29) 등과 뭉쳐 1집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2017)를 발매했다. 이 앨범은 '2018 한국대중음악상' 포크 음반·노래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이후 팀은 도마와 거누, 2인 체제로 재편됐다. 도마는 4년 만인 올해 안에 발매할 예정이던 정규 2집을 작업하다 세상과 이별했다.
도마는 작사, 작곡 능력이 탁월했다. 청명하면서도 몽환적인 목소리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안겼다. 많은 이들이 눈물을 훔쳤던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2020) 5회 엔딩곡 '휘파람'도 그녀의 목소리였다.
총 9개 트랙이 실린 도마의 이번 2집은 단편소설집 같다. 첫 번째 트랙 '잠든 마음'을 시작으로 '서울' '거리의 거리' '웅크리고 있는게 편했다' '아무도 모르는 춤을 춘다' '화양연화'로 이어지며 팍팍한 서울살이를 노래한다. 도마 버전의 '겨울 발라드'를 거쳐 '그리고'를 지난 다음 거누 버전의 '겨울 발라드'로 마무리된다.
도마는 앨범에 들어간 글의 시작에 이렇게 적었다. "음악도 서울도 버거워지더니 감사한 마음이라곤 이미 오래전의 것." 하지만 끝은 부정문이 아니다. "고마운 마음들을 누려야 자연스러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 것과 그 누림을 보답하려는 마음이야말로 정확하게 바퀴모양을 하고 있었다는 기억이 났다"로 마무리된다.
버거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갖고 노래한다는 것. 이번 앨범에 담긴 정서의 무늬이자, 우리가 이번 겨울을 보내면서 지녀야 하는 마음가짐이다. 도마가 쓴 '겨울 발라드'의 마지막 노랫말은 이렇다. "눈 내린다 우리 마음에 / 길을 잃어보자 // 정답처럼 그대 / 서있다면 / 눈 감고도 만날 거야."
앨범 발매 전 홍대 앞에서 만난 도마의 남은 멤버 거누는 "팬분들의 기다림이 도마 2집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거누와 나눈 일문일답.
-도마 씨와 함께 준비하시던 앨범입니다. 도마 씨가 생전에 작업한 결과물이 얼마큼 되는지요.
"누나가 데모 작업까지 다 끝낸 곡들이었어요. 2년 전에 시작을 했고 본격적으로 작업한 건 1년정도가 됐죠. 원래 작년에 내고 싶었는데 늦어졌고, 올해는 무조건 내자고 누나랑 얘기했었습니다."
-트랙리스트도 정해져 있었나요?
"'도마 누나의 마음이 어땠을까' 몇번을 생각하면서 수정을 했어요. 공동 프로듀서를 맡은 카코포니와 함께 고민했죠. 가사는 제가 쓴 게 아니라 100%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지만, 누나가 만든 기반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작업했습니다. 함부로 악기를 빼지 않았고, 사운드도 바꾸거나 하지 않았어요. 곡이 원래 가지고 있던 뉘앙스를 최대한 살리려 했습니다."
"정말 예상하지 못했어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고 믿기지 않았죠. 누나가 2집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었어요. 지인이나 가족들에게 2집을 꼭 기다려달라고 이야기를 했고요. 무엇보다 제가 도마 음악을 좋아해서 꼭 내고 싶었던 앨범입니다."
-'겨울 발라드'가 도마 씨 버전, 거누 씨 버전으로 실렸습니다.
"이번 앨범 기획 초기부터 도마 누나랑 논의했던 상황이에요. 저는 최대한 악기 없이 심플하게 연주하기를 바랐죠. 반면 누나는 악기가 많이 들어가는 게 마음에 든다고 했어요. 제 버전은 제가 노래를 해보라고 누나가 제안했어요."
-앨범에 실린 도마 씨의 글은 불안과 고민으로 시작해서 뭉근한 희망으로 끝을 맺네요. 그래서 더 먹먹해집니다.
"원래 인스타에 올렸던 글이에요. 올해 2월쯤 됐을 거예요. 희망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했죠."
-거누 씨는 어떻게 음악을 시작했고 도마 씨와는 어떻게 만났나요.
"중학교 졸업 직전에 기타를 치지 않으면 제 인생이 망할 거 같아, 음악을 시작했어요. 비틀스,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등 록 전성기 시대의 밴드들을 좋아했죠. 부산 출신인데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신촌블루스 출신 기타리스트 김병호 선생님에게 기타를 배웠죠. 도마 누나와는 같은 대안학교 출신이에요. 학교를 같이 다녔는데 친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기타 치는 영상을 보고 마음에 든다며 같이 하자고 했죠. 당시에 제가 블루스에 빠져 있던 시기인데 '한이 느껴진다'고 했죠."
-5년 동안 밴드 생활을 도마 씨와 함께 하셨는데 그게 뮤지션 거누, 인간 김건우에겐 어떤 의미가 됐나요?
"저희는 공연을 엄청 많이 했어요. 덕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요. 그 가운데 음악 실력이 늘었고 인간적으로도 성숙했죠. 예전에 저는 스스로 안에 갇혀 있었어요. 공격적인 느낌도 강했죠. 지금은 많이 유해졌습니다."
"2018년 대만 가오슝에서 콘서트를 했어요. 도마 첫 해외 공연이었습니다. 같이 공연한 뮤지션 분들이 인간적이어서 참 좋았어요."
-추모 앨범이 아닌 '도마의 앨범'이라는 것이 너무나 와 닿았습니다. 그래서 앨범 타이틀도 '도마'로 지으셨죠.
"2집 작업에서 제일 큰 목표는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음악적인 퀄리티 측면에선 타협하고 싶지 않았죠. 대충 작업을 했으면 (도마가 세상을 떠난 직후) 바로 냈을 거예요. 그래도 올해 내자고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도마 씨와 나눴던 대화, 또 음악적 교감에 대해 곱씹었다고 하셨는데요. 그 내용에 대해 말씀을 주실 수 있을까요?
"도마 누나와 저는 창과 방패의 느낌이에요. 그 만큼 대화를 많이 했어요. 초반엔 추상적인 대화를 하다가, 점점 구체화됐죠.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누나가 평소에 했던 말들, 평소에 했던 행동들… 그 기억들을 담으려고 했어요. 누나가 2집을 만들면서는 저를 고려했고 저랑 같이 한다는 인식이 분명했다고 이야기했어요. 1집은 누나가 홀로 대부분 작업했거든요. 도마 2집은 저희 둘이 제대로 같이 만든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이에요."
-도마 씨가 세상을 떠난 뒤 많은 팬분들이 슬퍼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추모 반응이나 글이 있었습니까?
"(홍대 앞 복합문화공간인) '한잔의 룰루랄라' 사장님 글이요. 너무 깊고 따듯하고 슬펐어요. 도마 누나가 한잔의 룰루랄라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어 사장님이 누나를 잘 아셨죠."
-도마 씨가 이 음반을 하늘에서 듣는다면 어떤 말을 할까요?
"믹스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다툼은 있었을 거예요. 결과물을 들으면 충분히 이해할 겁니다. '잘했다'는 말을 해줄 거 같아요."
"'잘 완성시켰다'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밴드 도마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는 건가요?
"도마는 마침표를 찍어요. 누나가 작업한 일부 곡들이 있긴 한데 도마 누나도 내고 싶어하지 않았던 곡 같아요. 앨범 발매 이후 음감회를 열 예정이에요. 누나 기일(3월19일)엔 작은 공연장에서 추모 공연을 열고 싶어요. 당연히 제가 나이를 먹어도 누나는 함께 할 겁니다."
-거누 씨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카코포니와 함께 '문소문'이라는 팀도 하고 있었어요. 이 팀 작업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현대 음악에 관심이 있어서 해당 분야 분들과 새 프로젝트로 준비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2집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요.
"오래 기다리게 해드려 죄송해요. 그래도 팬들 덕분에 완성시켰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realpaper7@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