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국익 차원서 결론내길

파이낸셜뉴스       2021.12.29 18:00   수정 : 2021.12.29 18:26기사원문
공정위 조건부로 승인 가닥
코로나속 신속한 결정 기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조건부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을 반납하고 운수권을 재배분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안건을 상정한 뒤 이르면 내년 초 전원회의를 열어 심사를 시작한다.

대한항공은 작년 11월 아시아나 주식 63.9%를 매입하는 계약을 맺었고, 올 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신고 시점부터 따져도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1년 넘게 걸리는 셈이다.

이번 사안은 복잡하다. 지난 1988년 아시아나항공 설립 이래 한국 항공산업은 쌍두마차 체제를 유지했다. 그런데 1위 대한항공이 2위 아시아나를 인수하면 당장 독과점 논란이 불거진다. 양사 인수합병(M&A)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를 동시에 통과해야 한다. 공정위가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공정위가 더 넓은 시야에서 더 빠른 속도로 이 문제를 다뤄주길 바란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은 작년 11월 홍남기 부총리가 주재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내린 결정이다. 여기에 공정위가 이견을 달아 심사를 지연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KDB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으면 좋겠다"며 "기업이 망하면 소비자 복지 증진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아시아나는 부실이 깊다. 새 주인이 빨리 나와야 국책 산은이 부담을 덜 수 있다. 산은 지원금은 곧 세금이다. 공정위가 이 회장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현대차·기아차 합병과 비슷한 면이 있다. 현대차·기아차(현 기아)를 합치면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이었다. 그땐 수입차 비중도 극히 미미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양사 합병을 승인했다. 화물차 가격인상을 억제하라는 조건을 붙였으나 합병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당시 공정위는 독과점에 대한 우려보다 산업경쟁력 강화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올바른 선택이었다. 지금도 한국 자동차산업은 현대차와 기아라는 두 기둥이 떠받치고 있다.

2017년 한진해운 파산은 또 다른 교훈이다. 수십년간 한국 해운업은 한진해운·현대상선(현 HMM) 양사가 이끌었다. 그러나 정부는 한진해운 파산을 방치했다. 국가 기간산업이 흔들리자 다른 산업도 타격을 면치 못했다. 해운업 경쟁력은 아직 한진해운 파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을 승인한 것도 보기에 민망하다. 이미 태국·베트남 등 7개국이 승인을 내줬다. 국익 차원에서 공정위가 해외 경쟁당국을 설득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코로나 위기 속에 세계 항공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불황이 언제 풀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M&A를 통한 생존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공정위가 나무보다 숲을 보는 현명한 선택을 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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