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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도 가리지 못한 300억 결실... 시련 속 더 빛 발한 롯데의 '스키 사랑' [2026 밀라노]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4 15:00

수정 2026.02.14 18:27

"돈 걱정 마라" 수술비 7천만 원 쾌척... 2년 전 약속 지킨 '키다리 아저씨' 신동빈
야구단 '일탈'의 아쉬움 삼킨 '설원 위 기적'... 위기 속에 더 빛난 진정성
비인기 설움 씻어낸 300억 '뚝심'... 악재 뚫고 재평가된 신동빈의 '스키 사랑'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받아 금메달을 획득한 스노보드 최가온이 기뻐하고 있다. 뉴스1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받아 금메달을 획득한 스노보드 최가온이 기뻐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롯데 그룹에게 2월 13일은 '창사 이래 최고의 날'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불과 반나절 만에 그 좋았던 기분이 상당히 희석됐다. 오전에는 신동빈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스노보드 유망주가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기적을 쏘아 올리며 그룹의 위상을 드높였지만, 오후에는 프로야구단 소속 선수들이 해외 전지훈련지에서 훈련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며 그룹은 침울한 분위기였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축제였다. 이탈리아 리비뇨에서 날아온 최가온(세화여고)의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금메달 소식은 롯데 그룹 스포츠 마케팅의 정점이었다.



스노보드 빅에어 동메달 유승은.연합뉴스
스노보드 빅에어 동메달 유승은.연합뉴스

특히 이 금메달 뒤에 신동빈 회장의 헌신적인 지원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의 찬사가 쏟아졌다. 신 회장은 학창 시절 스키 선수 경력을 바탕으로 지난 2014년부터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 회장사를 맡아 10년간 3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2022년에는 아예 ‘롯데 스키앤스노보드팀’을 창단해 최가온 같은 유망주들이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직접 챙겼다.

무엇보다 최가온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손을 내밀어 준 '키다리 아저씨' 일화는 기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례로 전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다. 2024년 최가온이 스위스 월드컵 도중 치명적인 허리 부상을 당해 수술비와 치료비만 7000만 원에 달하는 막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신 회장은 "돈 걱정하지 말고 치료에만 전념하라"며 전액을 사비로 쾌척했다.

'최가온 금메달' 설상 강국 한국…신동빈 롯데 회장 후원 있었다.뉴스1
'최가온 금메달' 설상 강국 한국…신동빈 롯데 회장 후원 있었다.뉴스1

당시 최가온은 신 회장에게 보낸 손편지를 통해 "회장님 덕분에 마음 편하게 치료받고 있다. 열심히 재활해서 곧 다시 좋은 모습으로 복귀하겠다"고 약속했고, 2년 뒤 그 약속을 올림픽 금메달로 보란 듯이 지켰다.

신 회장 역시 이번 축전에서 "1차 시기에서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부상 없이 마치기만 바랐는데, 포기하지 않고 다시 비상하는 모습에 큰 울림을 받았다"며 "스스로 가치를 증명해 대견하다"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롯데는 이를 통해 '스포츠를 사랑하고 선수를 아끼는 기업'이라는 최상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동계 스포츠 종목에 대한 그룹의 진정성 있는 후원이 큰 결실을 맺은 가운데, 대만 가오슝 스프링캠프에서 전해진 일부 선수들의 일탈은 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훈련에 매진해야 할 시기에 롯데 자이언츠 소속 일부 선수들이 숙소를 벗어나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대한체육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감사패 수여.연합뉴스
대한체육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감사패 수여.연합뉴스

그룹 차원에서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현지에 특급 셰프를 파견하는 등 최상의 훈련 환경을 조성해왔던 만큼, 이번 사안에 대해 구단 안팎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그룹의 스포츠 지원 철학이 빛을 발하며 많은 박수를 받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한 사안이기에 구단 내부적으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소동은 역설적으로 신동빈 회장의 지난 10년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를 증명해 보였다.
모두가 주목하는 인기 스포츠의 그늘 아래서도, 비인기 설상 종목에 아낌없이 쏟아부은 300억 원의 진심. 롯데를 흔든 불운조차 가릴 수 없었던, 아니 불운 덕분에 더욱 또렷해진 신동빈 회장의 '스키 사랑'이 올림픽의 기적을 완성한 진짜 원동력이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