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께 사라진 막내동생... 36년간 온가족 애끓는 마음"
파이낸셜뉴스
2022.01.24 18:02
수정 : 2022.01.24 18:02기사원문
편추자씨 찾는 큰오빠 무헌씨
실종 당시 추자양은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충남 태안군 소재 첫째 오빠 편무헌씨 집에 수개월째 머무르고 있었다.
편씨는 "그날 설 명절이라 식구들이 집에 모였었는데 당시 어머니가 명을 달리한 이후로 몇 개월 정도 지내던 중 실종이 됐다"고 말했다. 편씨는 이어 "8일 오후 3시께 집 밖으로 나간 것을 본 이후로 지금까지 흔적없이 사라졌다"며 "잠깐 바람쐬고 돌아오겠거니 했는데 그 길로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추자양과 띠동갑 이상 터울이 있던 편씨는 막내 동생과 많은 기억이 없다. 다만 함께 지내는 동안 퇴근 후에도 추자양과 장기를 두며 교감하려 애썼다. 그는 "어머니를 여의고 고등학교를 다니던 중 휴학하다 우리 집에 지내러 왔다"며 "판단하는데 조금 힘들어 하는 모습이 있었지만 장기를 둘 정도의 정신은 올바른 동생이었다"고 회상했다.
추자양은 첫째 오빠 집으로 건너가기 전 충남 서산에서 지냈다. 서산집은 사업하는 아버지 덕분에 동네서 부유한 집에 속했다. 집에서 TV를 틀면 동네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초록색 대문 옆 오른쪽에는 큰 무궁화 나무가 있었다. 집 안뜰에는 계절마다 온갖 꽃들이 피었다. 집 뒤에는 매년 가을이 되면 주홍색 감이 열리는 감나무가 5그루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해 감나무는 모두 베어졌다.
손윗언니는 집에서 15분 걸어나가면 나오는 안면도 바닷가에서 4~5살이 된 추자양과 함께 바지락을 캐며 놀았다. 실종 직후 경황이 없었던 편씨 가족은 실종 신고를 하지 못했다. 이후 지난 2020년께 첫째 오빠였던 편씨가 아동권리보장원과 경찰을 찾아 실종신고를 마쳤다. 한 가닥 희망을 안고 DNA 등록도 마쳤다. 편씨는 "아버지가 그간 동생을 찾지 못해서 마음의 짐으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었는데, 찾을 수 있다면 무슨 노력이든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경찰이 말하기론 은행거래 실적 등 금융기록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며 말끝을 흐렸다.
언니는 "늘 아버지께서 가슴 아파하고 동생을 찾으라고 하셨다"며 "부스럭 소리만 나도 벌떡 일어서던 아버지가 생각난다"며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정말 보고싶다"며 울먹였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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