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설 명절께 사라진 막내동생... 36년간 온가족 애끓는 마음" [잃어버린 가족찾기]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24 18:02

수정 2022.01.24 18:02

편추자씨 찾는 큰오빠 무헌씨
편추자양(당시 17세) 모습.
편추자양(당시 17세) 모습.
현재 추정모습
현재 추정모습
온 가족이 모여 북적이던 설 명절. 8남매 중 막내였던 편추자양(당시 만 17세)은 설 명절을 앞두고 1986년 2월 8일 오후 3시께 집을 나선 뒤 흔적없이 사라졌다. 아버지는 그날 이후로 매일같이 막내딸이 혹여 집을 찾아 돌아올까 겨울 찬바람에 흔들리는 대문 소리에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실종 당시 추자양은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충남 태안군 소재 첫째 오빠 편무헌씨 집에 수개월째 머무르고 있었다. 편씨는 "그날 설 명절이라 식구들이 집에 모였었는데 당시 어머니가 명을 달리한 이후로 몇 개월 정도 지내던 중 실종이 됐다"고 말했다. 편씨는 이어 "8일 오후 3시께 집 밖으로 나간 것을 본 이후로 지금까지 흔적없이 사라졌다"며 "잠깐 바람쐬고 돌아오겠거니 했는데 그 길로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추자양은 8남매 중 위로 오빠 6명, 언니 1명을 두고 있었다.
어머니는 생전 8남매를 거두기엔 농사일이 많아 추자양과 언니에게 큰 관심을 두기 어려웠다. 평소 쾌활한 편은 아니었지만 순진하고 말수가 적어 조용한 편이었던 추자양은 사춘기를 접어들며 감수성이 높아졌다.

추자양과 띠동갑 이상 터울이 있던 편씨는 막내 동생과 많은 기억이 없다. 다만 함께 지내는 동안 퇴근 후에도 추자양과 장기를 두며 교감하려 애썼다. 그는 "어머니를 여의고 고등학교를 다니던 중 휴학하다 우리 집에 지내러 왔다"며 "판단하는데 조금 힘들어 하는 모습이 있었지만 장기를 둘 정도의 정신은 올바른 동생이었다"고 회상했다.

추자양은 첫째 오빠 집으로 건너가기 전 충남 서산에서 지냈다. 서산집은 사업하는 아버지 덕분에 동네서 부유한 집에 속했다. 집에서 TV를 틀면 동네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초록색 대문 옆 오른쪽에는 큰 무궁화 나무가 있었다. 집 안뜰에는 계절마다 온갖 꽃들이 피었다. 집 뒤에는 매년 가을이 되면 주홍색 감이 열리는 감나무가 5그루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해 감나무는 모두 베어졌다.

손윗언니는 집에서 15분 걸어나가면 나오는 안면도 바닷가에서 4~5살이 된 추자양과 함께 바지락을 캐며 놀았다. 실종 직후 경황이 없었던 편씨 가족은 실종 신고를 하지 못했다. 이후 지난 2020년께 첫째 오빠였던 편씨가 아동권리보장원과 경찰을 찾아 실종신고를 마쳤다.
한 가닥 희망을 안고 DNA 등록도 마쳤다. 편씨는 "아버지가 그간 동생을 찾지 못해서 마음의 짐으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었는데, 찾을 수 있다면 무슨 노력이든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경찰이 말하기론 은행거래 실적 등 금융기록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며 말끝을 흐렸다.


언니는 "늘 아버지께서 가슴 아파하고 동생을 찾으라고 하셨다"며 "부스럭 소리만 나도 벌떡 일어서던 아버지가 생각난다"며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정말 보고싶다"며 울먹였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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