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출구 초입? 거리두기·방역패스 풀고 '마스크'만 남나
뉴스1
2022.02.23 06:04
수정 : 2022.02.23 08:59기사원문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오미크론 대유행을 '코로나19가 풍토병(엔데믹)으로 자리 잡는 초기'라고 평가하며 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경우 다시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을 추진하겠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사적 모임과 영업시간 제한 등 타율적 규제를 전폭적으로 줄이고 마스크 쓰기·자주 손 씻기·의심 시 검사받기·아프면 쉬기 등 자율적 수칙 준수만 당부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점도 예측하기 힘든데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를 향해 "완화할 고민에 앞서 상황 관리와 재택치료 등 방역 의료 대응 체계 먼저 보완하라"고 쓴소리를 이어갔다.
◇확진자 연일 10만명…대통령·복지부·질병청 "정점 머지않아"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2일 "현재는 오미크론의 위험도를 계속 확인하면서 풍토병적인 관리체계로 전환하기 시작한 초입 단계"라고 말했다.
특히 박 반장은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의 특성을 두고 "갈 길이 멀지만 '출구'를 찾는 초입에 들어선 셈"이라고 거론했다.
유행의 정점이 지나면 코로나19를 풍토병처럼 관리해 일상회복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최근 풍토병화에 대한 기대감을 여러 번 드러냈다.
앞서 지난 4일에도 정부는 "의료체계 여력, 최종 중증화율, 치명률 등을 평가하면서 계절 독감과 유사한 일상적 방역·의료체계로의 전환 가능성을 본격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21일 수석 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오미크론 유행도 정점을 지날 날이 머지않았다. 정부를 믿고 자신감을 가져달라"며 "언제든 유연하게 거리두기를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브리핑에서 현 상황을 "정점으로 가고 있는 고비다. 이후 감소세로 돌아설 수 있다"며 "안정화될 경우 일상 체계로의 방역전략 전환을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백신 접종으로 얻는 면역과 감염으로 얻는 자연면역이 늘면 코로나19가 팬데믹을 넘어 엔데믹으로 안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거리두기-방역패스' 순으로 점차 폐지할 듯, 마스크 착용은 계속 강조
정부는 위중증·사망을 최소화하면서 의료체계 여력 내에서 유행을 넘기는 게 방역대책의 중요한 목표라는 입장이다.
박향 반장은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지나 안정화되면 현재 사회적 조치를 조정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여기에는) 방역패스의 축소나 조정도 포함한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방역패스와 거리두기 중 사회 경제적 피해가 더 큰 조치를 '거리두기'로 지목한 바 있다. 영업의 직접 피해는 비교적 적지만 확산세는 억누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 경제·민생 분야나 정부부처에서는 이미 거리두기의 실효성을 지적해왔다. 따라서 거리두기 조치를 먼저 완화한 뒤 방역패스 적용 시설, 범위를 점차 조정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고통이 큰 조치 먼저 축소·폐지하되 스스로 지키는 자율 참여형 방역이 필요할 때"라면서 어떤 조치를 먼저 해제할지는 몰라도 마스크 착용은 최후의 조치라고 입을 모았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뉴스1>에 "정점이 오기까지 도움이 될 정책만 남기는 정리는 필요하다"며 "어떤 정책만 남기고 과감히 풀 수 있을지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미크론이 계절 독감과 같아서가 아니라 독감처럼 대응할 수밖에 없다. 시민들 자체적·자율적 방역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참여형 방역이 일상적 풍토병화의 첫 단계"라고 진단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유행이 정점을 지나면 거리두기와 방역패스 풀 수 있다. 면역을 확보하려면 한 번은 감염돼야 한다. 마스크 쓰면 무증상으로 지나간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착용은 정부도 자꾸 강조한다"면서 정부의 방역수칙은 점차 줄더라도, 마스크 착용 등 국민의 기본 생활수칙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점도 안 지났는데 "안심하라, 초입이다"는 발언 마땅하냐는 지적도
다만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행의 정점도 안 지났고 확진자는 더 폭증할 텐데 '계절 독감처럼 관리', '출구의 초입'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코로나19가 풍토병처럼 되려면 중환자와 사망자 폭증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의료대응 체계가 감당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은 방역완화를 시사할 때가 아니다. 풍토병 언제든 된다. 70만명에 달할 재택치료자 관리 체계부터 보완했으면 좋겠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확진자가 출산을 해야 하고, 뇌졸중을 급히 치료받아야 할 상황 먼저 대비해야 한다. 서두르지 않아도 때 되면 풍토병이 된다"고 꼬집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