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나홀로 금융완화에 추락하는 엔… 물가·내수 '빨간불'
파이낸셜뉴스
2022.03.30 18:18
수정 : 2022.03.30 18:18기사원문
일본 현지에서 본 엔저
과거엔 반기던 기업도 "지나치다"
기시다 총리, 구로다 총재 불러들여
'미스터 엔' 사카키바라 前차관도
"130엔 웃돌면 당국 개입해야"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금융완화,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으로 올리고 싶어도 더 이상 오르지 않는 엔저가 고착화될 것이란 우려가 일본 경제에 확산되고 있다.
■기시다 총리, 구로다 총재 호출
최근 고유가 현상에 엔저까지 겹치자 기업 생산자물가가 상승하면서 소비자물가도 연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유가·물가 상승 등에 대한 종합 긴급대책' 마련을 지시한 상태다.
■급격한 엔저…왜
최근 엔저현상은 크게 △미·일 금리차 확대 △아베노믹스 부작용에 따른 엔의 기저적인 회복력 약화에 기인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이미 3년여 만에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올해 미 연방기금 금리를 1.9%까지 끌어올릴 수 있음을 예고했다. 금리인상 폭도 한 번에 0.5%p씩 올리는 '빅 스텝'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유럽중앙은행(ECB) 등도 금리정상화를 향한 막바지 채비를 마친 상태다.
반면 주요 선진국 가운데 일본만 '나 홀로 금융완화의 터널'에 갇힌 형국이다. 이로 인해 미·일 금리차가 확대됐고, 일본 본토에 묶였던 국제 투자자금이 급속도로 달러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일 간 10년물 국채 수익률 차이는 연초 1.5%p대였지만, 현재는 2%p대로 확대됐다. 투자자들의 '상품 갈아타기'로 엔 매도, 달러 매수 수요가 커졌고 엔화가치가 급속도로 하락한 것이다. 그럼에도 구로다 총재는 "미국, 유럽의 금리인상을 따라갈 이유가 전혀 없다며 현재의 금융완화 정책을 당분간 지속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미·일 금리차가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일본의 통화정상화 시기가 지체되면 지체될수록 엔저는 더욱 가속페달을 밟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2013년부터 시작된 대규모 금융완화가 만들어 낸 '인위적 엔저'의 부작용이 본격화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엔화의 회복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양날의 칼 '엔저'…계산 복잡한 日銀
엔저는 '양날의 칼'과 같다. 당장 일본 수입업체들이 초비상이다. 수입물가 상승으로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 부담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가계로 파급되고 있다. 제품 가격 상승이 내수회복에 발목을 잡을 수 있을 수 있다. 반면 일본 간판기업인 도요타 같은 자동차 업종 등 일본 수출기업에는 분명 큰 득이 된다. 달러수익을 엔화로 환산할 경우 실적개선이 이뤄지고, 이를 다시 일본 국내투자로 환원할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제품 가격 인하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여력도 생긴다. 실제 도요타는 엔 가치가 달러당 1엔 하락하면 영업이익이 연간 400억엔(약 3980억원)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일본은행의 계산은 복잡해 보인다. 현재까지는 "엔저가 일본 전체로는 득이다"라며 사실상 엔저를 용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으나, 시름에 빠진 내수경기를 외면한 채 과연 언제까지, 얼마나 엔저를 용인할 수 있을 것인지 일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ehcho@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