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훈 KIND 사장 "우크라·코로나 해외건설에 기회…1.1조 지원사격"
뉴스1
2022.04.11 06:45
수정 : 2022.04.11 06:45기사원문
사업을 발굴할 물리적인 기회가 줄어든 상태에서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가 어떻게 우리 기업들을 지원할 건지에 대해 초점을 맞춰 나가고 있습니다."
이강훈 KIND 사장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의 본사 집무실에서 <뉴스1>과 만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해외건설을 확대할 방법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침체기의 해외건설에 '소방수'로 등판한 KIND…"팀코리아 구심점"
KIND는 줄어드는 우리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에 대응하기 위해 2018년 6월 설립됐다.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에도 한국 공기업의 대외 신용도가 높다는 점을 활용해 해외투자형사업 개발에서 금융 조달까지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팀코리아'의 구심점을 맡아왔다.
2대 사장으로 취임한 이강훈 사장은 한국도로공사에서 해외사업팀장, 해외사업처장 등을 거치고 도로공사 부사장으로 재임한 '해외사업' 전문가다. 실제로 2014년에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고 방글라데시 파드마대교 컨설팅 사업을 수주한 경험도 있다.
글로벌 이슈에 위축된 해외건설 시장에서 우리 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이 KIND의 구상이다. 그는 "공사 설립 이후 10개국에서 16개 사업을 발굴해 3500억원 규모의 직접 투자를 실시했고 우리 기업의 수주액은 4조3000억원 수준이다"며 "코로나19 이후의 사업 발굴 지원을 위해 지원자금도 작년에 비해 120억원 정도를 늘렸다"고 말했다.
현재 KIND는 정부 정책펀드인 플랜트 인프라 스마트시티(PIS) 펀드를 조성하고 글로벌 인프라 펀드(GIF)의 관리 및 투자를 맡고 있다. 1조1000억원 규모의 PIS펀드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외건설 특화 펀드로 해외 투자개발형 사업을 추진하는 우리 기업을 위해 사용된다.
또 한국의 스마트 시티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해외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베트남, 케냐, 인도네시아에 해외 인프라협력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방글라데시에 추가로 개소한다. 해외수출 지원뿐 아니라 정부 간 협력에도 활용되는 전초기지다.
실제로 팀코리아가 최근 방글라데시에서 8400억원 규모의 푸바찰 배전선로사업권을 확보한 데에는 물밑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사업 구조화를 지원한 KIND의 역할이 중요했다. 한국-방글라데시의 성공적인 협력 모델에서 KIND의 역량과 앞으로의 역할을 볼 수 있는 셈이다.
◇글로벌 인프라 수요 확대는 해외건설의 기회…"우크라 재건사업도 고려"
해외사업 전문가인 이강훈 사장은 앞으로 해외건설 수주액이 늘어날 요소가 많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인프라 수요가 회복되면 침체된 해외건설의 활로가 개척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코로나19 등으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며 해외사업은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선진국의 위드코로나, 신흥국의 백신보급 확대가 글로벌 인프라 건설 수요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특히 "글로벌 인프라 수요 증가에도 각 정부의 재정 부족으로 해외투자형사업은 증가할 것이다"며 "KIND도 우리 기업의 해외 수주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추진할 것이다"고 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해외건설에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전했다. 인프라 재건 사업에서 경험이 풍부한 우리 기업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이란 전쟁도 그랬지만 평화의 시기가 오고 인프라 수요가 있어도 국내 정책으로 인해 진출에 제약이 있는 부분도 있다"며 "전쟁 이후 현지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을 지원할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고 언급했다.
◇"우리가 전 세계에 뿌린 씨앗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것이 KIND의 사명"
이강훈 사장은 신생 공사인 KIND를 운영하며 생기는 제약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타 공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는 점은 앞으로 KIND가 극복해나가야할 부분이다. 이 사장은 이어 "최근 국내 대형 건설사의 CEO들과 직접 만나 KIND를 알리고 코로나19로 해외건설이 위축된 상황에서 협력할 방안을 찾고있다"고 덧붙였다.
다듬어지지 않은 제도는 문제로 지적된다. KIND의 투자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이 아니지만 다른 공사나 공기업과 협업하게 되면 예타 대상이 될 수 있다. KIND의 투자액과 공기업의 투자액을 합쳐 500억을 넘기면 예타를 받아야하는데 두 곳의 공기업만 합쳐도 500억을 넘길 수밖에 없어 팀코리아의 제약이 되고 있다.
또 자본금 한도가 낮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 사장은 "5000억원으로 시작한 법정자본금 한도가 활발한 투자활동으로 곧 채워진다"며 "인프라에 대한 수요 증가와 국제개발협력 사업 규모 확대로 투자할 프로젝트는 증가하는데 자금 부족으로 적기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해외인프라 및 도시개발사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법정자본금을 2조원으로 상향하는 해외건설촉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가 전 세계에 뿌려놓은 씨앗을 다음 세대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끝으로 KIND의 사내문화에 대한 바람도 남겼다. 그는 "KIND는 다른 공기업과 달리 민간기업과 같이 해외에 나가서 수주를 하는 파트너의 입장이다"며 "다른 공기업과 달리 스타트업의 DNA를 가졌다"고 했다.
이어 "다른 공기업만큼의 인원 구성이 갖춰지지 않아 직원들의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많이 도전하고 실패에서 배우는 사내문화가 정착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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