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안톤 허 "韓 장르 문학 풍부...기성세대 문학만 밀어주는 게 싫었어요"
뉴시스
2022.04.15 04:01
수정 : 2022.04.15 04:01기사원문
기사내용 요약
부커상 후보 '저주 토끼' 번역 화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저주토끼'를 번역한 안톤 허(본명 허정범)는 "한국의 장르 문학이 풍부하고 풍요로운 문학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자부심을 보였다.
'저주토끼'가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건 안톤 허 번역가의 공로라는 게 출판계의 반응이다.
정보라 작가도 이번 부커상 후보의 공을 안톤 허에게 돌리며 부끄러워했다.
안톤 허는 '저주토끼'를 발견하고 세계에 알리는 모든 과정에 함께 했다. 지난 2018년 와우북페스터벌에서 이 책을 접한 그는 정 작가에게 먼저 번역을 제안해 지난해 해외 출간까지 이뤄졌다.
14일 부커상 최종 후보 선정 기념으로 연 간담회에 정보라 작가와 함께 참석한 안톤 허는 "한국의 SF작가를 찾으러 나섰다"며 당시 와우북페스티벌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기성세대 문학만 밀어주는 게 싫었어요. 한국에 여성, SF(과학소설) 등 풍부한 장르문학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그는 "문학 권력이 확실히 존재한다"며 기성세대 작가들만 해외에 소개되는 현상을 지적했다. "저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번역가들이 있는데 "헤테로(이성애) 중심의 중년 남성만 한국 문학에 존재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부커상 후보 선정이 한국 장르 문학의 문학성에 대한 증거인 것 같아요. 한국 문학의 독자로서도 너무 뿌듯해요."
번역가로서 그의 일은 단순히 번역만이 아니다. "앉아서 번역하는 건 제일의 많으면 40%, 요즘은 20%가 될까 말까 해요. 나머지는 이메일이죠."
그는 번역가로서 자신이 "일종의 짝퉁 에이전트"로서 일한다고 표현했다. "출판인과 만나고, 한국에 이런 책이 존재한다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세일즈 역할도 번역가로서 맡았다고 했다.
"저만 그렇게 일하는 게 아니라 번역가들은 다 그렇게 해요. 영미권에서는 모든 번역가가 이런 방식으로 일하죠. 번역가의 역할이 확장됐다고 생각해요. 이상적인 상황은 아니고 에이전시가 번성하는 것이 출판 생태계에 가장 좋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번역가들이 많이 뛰고 있죠."
번역가로서 수많은 업무를 소화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번역에 매진하는 이유는 "문학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딱히 거창한 이유는 없어요. 고등학생 시절 공부할 시간에 소설책 읽는다고 구박 받을 때도 문학을 읽었었죠."
정 작가의 작품에 매료된 이유도 '문학성'에 있다. "작품의 전달력과 상상력, 그리고 작품 속 아이러니가 정보라 작가의 문학성이다." 그는 '저주토끼'를 번역하면서도 "공포스러운 문장인데 웃기고, 동화 같은 문장인데 리얼한" 그의 소설에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20년간 번역·통역을 해오다 2017년부터 문학 번역을 전업으로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문학 번역을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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