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휜다' 日대도시, 경로 우대 교통카드 축소·폐지 검토

파이낸셜뉴스       2022.05.02 14:39   수정 : 2022.05.02 14:54기사원문
日 1970년 중반부터 '경로 우대 교통카드' 도입
지자체 부담 구조였는데
2000년대 중반부터 본인 부담 추가
일부 지역선 제도 폐지도
최근 제도 재손질 '만지작'...日고령자만 3603만명

【도쿄=조은효 특파원】일본의 주요 대도시들이 경로 우대 교통카드를 폐지하거나, 이용 혜택을 축소하는 등의 방안을 궁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 65세 이상은 약 360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0%에 육박한다. 매년 증가하는 노인복지 예산에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가중되면서, 정책 손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20개 주요 대도시와 도쿄도(都)내 시·구의 약 60%가 '경로 패스' 폐지, 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경로 패스 제도를 실시하고 지자체들의 총 부담금은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총 769억엔(약 7470억원)이며, 이 가운데 도쿄가 199억엔(1933억원), 오사카 등 5개 시가 50억엔(485억원)이상이었다.

이 제도는 1970년대 이후, 고령자의 사회활동 도모를 목적으로 교통망이 정비된 도시 지역에서 속속 도입됐다. 경로 패스 대상 연령은 지자체별로 다른데 현재는 70세 이상인 경우가 많고, 65세 이상인 곳도 있다.

제도 시행 후 약 30년 동안은 무료로 카드가 발급됐으나, 2000년대 중반부터 지자체 재정 상황에 따라 발급시 정액으로 연간 1000엔(1만원)~2만엔(약 20만원)정도의 비용을 내게 하는 곳이 증가했다. 제도 초기엔 전액 지자체 부담이었으나, 지자체·이용자·교통사업자 등 3자 부담 구조로 전환된 것이다.



최근 삿포로, 니가타, 나고야, 오사카, 고베 등 5개 시가 이용 상한액 설정 등의 재검토를 끝냈다. 일본 중서부의 대도시인 나고야시의 경우, '경로 특별 승차권'이라고 해서 무상으로 교부하다가 시당국의 재정 악화로 2005년부터 유료화로 전환하고, 올해부터는 연간 이용 횟수도 제한했다. 나고야시에 따르면 현재는 65세 이상의 경우, 소득 수준에 따라 연간 1000엔~5000엔(1만원~5만원)의 카드 발급시 본인 부담금을 내면, 지하철·버스 등을 연간 730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가와사키, 교토 역시 재검토에 돌입했다.

이미 약 10년 전, "더는 못하겠다"며 발빠르게 폐지를 선언한 곳들도 있다. 지바, 시즈오카, 하마마츠, 히로시마시 등이다. 이런 흐름과 역행, 요코하마시의 현 시장은 75세 이상의 경우 '경로 패스 무료 발급'을 실시하겠다고 선언,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놓고 회의적 시선이 많다. 2041년이 되면, 요코하마시의 70세 이상 주민이 약 90만명으로 확대된다는 추계가 있다. 일본에서 65세 이상은 과거 1975년 약 887만명이었으나, 2020년에는 3603만명으로 증가했다.

경로 패스 제도 재설계를 놓고, 일본 온라인에서의 '넷심'은 다소 갈린다. 특히, 은퇴를 앞둔 현역세대나 중장년층 내에서 불만이 제기된 것이다. 70대 이상 고령자들의 경우, 일본의 고도 성장기를 함께 했던 세대로 연금액이 높을 뿐 아니라 전세대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여유있는 세대로 지목된다.
이제 와서 혜택을 없애거나 줄이겠다고 하니, 심지어 40대조차 "빙하기 세대(1970년~1984년생)는 죽을 때까지 빙하기 세대냐"는 불만이 제기된 것이다. 빙하기 세대는 일본의 거품 경제가 꺼지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 대학을 졸업하거나 사회 진출 연령이었던 세대다. 일본의 교통비 부담은 제법 큰 편이라 경로 패스의 혜택 단절, 축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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