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위탁 14살 소희의 작은 소망은...

뉴시스       2022.05.05 07:02   수정 : 2022.05.05 07:02기사원문

기사내용 요약

뉴시스 사진부 기획팀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아동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어린이날 100주년 공동 기획기사를 네차례에 걸쳐 보도합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할머니와 소희(가명), 동생 진우(가명)가 생활하는 방의 모습. 2022.05.0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정병혁 류현주 기자 = 허름한 시장 골목, 어두컴컴하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소희(가명)네 집으로 향하는 문이 보인다. 문을 열자 마자 거실에 쌓인 짐들과 벽에 그려진 낙서, 찢어진 장판이 시야에 들어온다.

어긋난 화장실 문 틈으로는 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14살 소희는 지체장애가 있는 동생 진우(가명)와 함께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서 가정위탁보호를 받고 있다. 가정위탁보호는 친부모의 사정으로 인해 아동을 돌보지 못할 경우, 위탁 가정 안에서 아동의 보호와 성장을 지원하는 아동복지서비스이다. 소희네는 일반(친인척) 가정위탁세대로 할아버지가 생계를 맡고, 할머니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소희(가명)네 집 입구. 2022.05.05. jhope@newsis.com


방 안쪽에는 진우가 누워있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진우는 종일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할머니는 이런 진우에게 늘 미안하다고 말한다.

"진우가 아주 어릴 때는 엄마, 아빠라는 말을 할 수 있었는데 자라면서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기 시작했어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진우의 언어 문제가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또 어떤 문제 때문인지 확인 하지 못한 죄책감이 크다고 했다.

그런 할머니에게 요즘 한숨이 더 늘었다. 고령인 할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아서, 또 성별이 다른 아이들이 점점 커가는데 한 방에서 생활해야 하는 것도, 주거 환경도 걱정이다.

"내가 나이가 많은 데다 심장이 아파 종종 쓰러지기도 해요. 아이들이 어린데 지켜주지 못할 까봐 매일 불안해요."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벽에 그려진 낙서. 2022.05.05. jhope@newsis.com


또 집 1층이 식당이라 식당 기름 냄새, 고기 냄새, 탄 냄새가 늘 집안에 가득하다. 아이들의 건강이 우려된다. 식당이 물을 쓰면 집에 물이 나오지 않아서 식당이 문을 열지 않은 시간에 물을 미리 받아 놓아야만 하는 불편함도 있다. 방 1 칸에만 난방이 가능해 겨울 나기가 힘들기도 하다.

소희네 가정은 LH전세주택지원 등 주거이동 위해 의지를 갖고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있으나 고령인 할머니 할아버지가 관련 정보를 상세히 알아보기 어려운 데다 장애 아동 양육, 생계 유지를 해야 하는 현실적 부분까지 겹쳐 당장 이사할 곳을 구하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도 할머니는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삶의 에너지고 원동력이에요. 소희가 동생을 많이 아끼고 잘 살펴줘서도, 아픈 할머니 심부름도 척척 잘 해줘서도 고맙죠"라고 한다. 그러자 소희는 "저도 할머니가 좋아요" 란다. 할머니는 아이들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쁘다.

소희는 가파른 계단에서 종종 미끄러져 다치기도 하는데 가족들이 위험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고 했다.


"창문에 비둘기가 날아들지 않았으면, 집 안에 바퀴벌레와 개미 같은 벌레가 들끓지 않았으면, 집에 빗물이 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언젠가는 제 방이 생길 날이 올 수 있을까요"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까진 장판. 2022.05.0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녹슨 씽크대와 까진 장판. 2022.05.0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할머니와 소희(가명), 진우(가명)가 생활하는 방. 2022.05.0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소희(가명)는 "집에 온갖 벌레가 너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2022.05.0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맞지 않는 화장실 문 틈 사이로 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2022.05.0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화장실 가는 진우(가명). 2022.05.0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바닥 타일이 깨진 화장실. 2022.05.0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벽에 그려진 낙서. 2022.05.0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가족이 살고 있는 집에 소희(가명)의 짐이 놓여 있다. 2022.05.05. jhop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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