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100년 역사 '굴욕' 경주마 사건 논란 지속…농림부는 수수방관
뉴시스
2022.06.16 07:41
수정 : 2022.06.16 07:42기사원문
기사내용 요약
초유의 '출전마 오류' 사고…마사회 자체 감사 中
법령 어디에도 없는 '도의적 책임' 내세운 환불 방침
'공정한 경마 시행'이라는 산하 공기업의 존립 근거마저 흔들리게 한 중대사안에 대해 농림부가 수수방관하면서 코로나19 펜데믹의 터널을 막 빠져나온 말산업이 '신뢰도 하락'의 깊은 수렁에 다시 빠지는 형국이다.
16일 뉴시스 제주본부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0일 오전 렛츠런파크 제주경마장에서 열린 제2경주에 출전 명단에 없던 '아라장군'(7·거)이 경기를 뛰었다. 2번 마필로 출전 예정이던 '가왕신화'(4·암)는 온데간데없고 엉뚱한 말이 대신 경기에 나선 것이다.
올해초 데뷔해 8번의 경기에 나서 2번이나 1위를 차지하는 등 인기마로 떠오른 '가왕신화'와 달리 '아라장군'은 최근 출전한 10경기에서 4차례나 꼴등에 머물 정도로 전성기가 지난 연령에서 오는 노쇠화가 뚜렷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기록을 더 좁혀 살펴보면 직전 경주와 그 보다 앞선 경주에선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경마장을 찾은 고객들의 관심을 끌만한 경기력은 찾아볼 수 없는 마필로 분류된다.
실제 당일 2번 마필 자리에 '가왕신화'가 출전하는 줄 알았던 경마팬들은 총 베팅 금액(12억1700만원)의 25.78%인 3억1379만원을 몰아줬다. 해당 경주에 10마리의 경주마가 출전한 것을 감안하면 '가왕신화'의 인기를 충분히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베팅금이라는 평가다.
그는 "아라장군이 경주에서 영향력이 없었다는 마사회 판단은 오히려 경주 불성립의 근거가 된다"면서 "애초 가왕신화의 능력치라면 경주 결과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며, 경마팬은 베팅한 말만 놓고 판단하지 않고 모든 말의 능력치를 비교해서 최종판단을 한다"고 덧붙였다.
마사회가 '가왕신화'에 배팅한 고객에게만 환불, 즉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발상은 공정한 경마 시행과는 거리가 멀다는 설명이다.
'부정'(不正)에 가까운 경주가 이뤄졌지만, 한국마사회는 이 같은 사실을 만 하루가 지난 다음날 오전 10시께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마저도 자체 시스템이 아닌 외부 민원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사회는 즉각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가왕신화' 베팅금 전부를 환불해주기로 결정했다. 한국마사회법 제10조 3항을 환불 근거로 제시했지만, 법령 적용 오류를 지적하자 비대위 의결에 따라 '도의적인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엉뚱한 말이 경기에 출전해 경주의 결과가 바뀌게 된 것에 대해선 관련 법령과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경주불성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마사회는 경마 역사상 초유의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자체 감사를 벌이고 있다. 마사회법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이해당사자가 자신들의 잘못을 직접 살피는 셈이다.
이에 대해 관리 감독 기관인 농림부는 현재 별도의 조사나 감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농림부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통상적으로 경마를 시행하고 운영하는 것은 마사회가 주관하고 있다"면서 "마사회가 자율성을 갖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자체적으로 판단을 하고 자체 감사도 진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0일 '아라장군'이 뛰었던 제주 제2경주에선 올해 3월에 첫 경주에 나선 신예 '계포일낙'(3·거)이 1등을 거머쥐었다.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명성기상'(5·암)이 뒷심을 발휘했지만, '계포일낙'은 2위 그룹을 넉넉하게 따돌렸다.
전적이 2전에 불과한 '계포일낙'은 이날 2승째를 챙기며 경마팬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또 다른 1위 후보 '가왕신화' 대신 2번 마필 자리를 박차고 나온 '아라장군'은 7번째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가왕신화'에 3억여원을 베팅한 고객들의 선택이 헛수고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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