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cm 금박에 꽃더미 속 새 두마리가..충격적인 통일신라 금세공 기술

파이낸셜뉴스       2022.06.17 07:28   수정 : 2022.06.17 17:3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8세기 통일신라시대 금속 세공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금박 유물이 공개됐다. 어른 손가락 한 마디도 안 되는 크기에 머리카락 굵기(0.08㎜)보다 가는 선(0.05㎜)으로 꽃 더미 속에 새 두 마리가 마주한 모습이 세밀하게 새겨져 있어 금박을 핀셋으로 살살 펴는 데만 반년이 걸렸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16일 공개한 '선각단화쌍조문금박'은 통일신라 금속공예의 정수를 보여 준다.

동궁과 월지 '나' 지구 북편 발굴 과정에서 나온 이 유물은 20m 떨어진 거리에서 출토된 두 점이 보존처리를 거쳐 하나로 합쳐진 것인데, 넓이가 100원짜리 동전과 비슷할 정도로 작다.

현미경으로 50배 확대하면 놀라운 세계가 펼쳐진다. 순도 99.99%의 순금 0.3g을 0.04㎜ 두께로 펴서 만든 금박에 굵기가 0.05㎜도 되지 않는 선으로 새 두 마리와 단화(여러 문양 요소를 늘어놓아 꽃을 위에서 본 형태처럼 그린 것)를 새겼다. 머리카락(0.08㎜)보다 가느다란 선이다. 꽃을 중심으로 좌우에 그려진 새는 멧비둘기로 추정되며, 암수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단화는 경주 구황동 원지 출토 금동경통장식, 황룡사 서편 폐사지 출토 금동제 봉황 장식 등에서 확인되는 통일신라 장식 문양 중 하나다. 이로 미뤄 이 금박 화조도는 8세기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됐다. 육안 식별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문양이 정교해 현대의 장인도 제작하기가 쉽지 않은 불가사의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어창선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관은 "매우 가느다란 철필 등으로 조금(彫金)한 금박은 국내 유물 중 가장 정교한 세공술과 함께 뛰어난 미술적 감각을 보여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형문화재 금속공예 장인과 함께 재현 실험을 진행해 보니 선을 긋는 건 가능했지만 그림까지 그리는 건 무리였다"며 "첨단장비도 없던 당시에 어떻게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2016년 출토 이후 공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금박 유물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서라고 한다. 몇 년간 관련 자료 조사와 연구, 외부 자문 등이 이어졌지만 결국 정확한 용도와 구체적인 제작 방식은 알아내지 못했다.

김경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사다리꼴 단면을 가진 기물의 마구리(끝, 단면)로 추정된다. 따로 매달 수 있는 구멍이 없는 걸로 봐서 직접 부착한 장식물일 것"이라면서도 "신에게 봉헌하기 위해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통일신라 시대 왕실에서 불교 유물을 제외하면 화려한 생활용품은 많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8세기 신라 왕실의 생활상을 보여 주는 중요한 유물"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17일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천존고에서 '3㎝에 담긴 금빛 화조도' 특별전을 열고 일반 관람객에게도 유물을 공개한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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