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계좌...법원 "잔액 돌려줘야"
파이낸셜뉴스
2022.06.27 10:53
수정 : 2022.06.27 10:5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됐던 계좌라도 명의자가 은행 계좌에 넣어둔 모든 채권을 소멸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A씨가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소멸채권 환급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후 이 계좌에는 사기범에게 속은 또 다른 피해자 B씨의 돈 3000여만원이 입금됐다.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던 A씨는 얼마 뒤 이 계좌에 계약금과 중도금 2500만원을 입금했다. 이 중 2000만원은 또 다른 자신의 계좌로 송금했지만, 500만원은 여전히 해당 계좌에 남아있었다.
이후 사기 사실을 알아차린 B씨는 은행에 A씨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와 피해구제를 신청하자, 은행은 A씨 계좌 전체를 지급정지하고 금감원에 예금채권 소멸절차 개시를 요청했다.
범죄에 사용된 A씨 계좌에는 사기범이 돈을 인출해 9만여원만 남아있었지만, 또 다른 계좌까지 채권소멸절차가 시작되자 A씨는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은행은 '보이스피싱 피해자금(B씨의 돈)과 A씨의 돈이 섞여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되지 않았다'며 반려해 결국 채권은 소멸됐다.
이후 A씨의 또 다른 계좌에 있던 돈 2000만원을 포함해 2009만여원은 B씨에게 환급됐다. 이에 A씨는 "돈을 환급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사기범이 실제 은행 직원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사기범들에게 주민등록번호 등을 알려준 과실이 인정되지만, 이를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중대한 과실로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사기범들에게 체크카드를 주고 비밀번호를 알려줘 사기범들이 언제든 계좌에서 A씨 예금을 인출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나머지 500만원은 계좌에 남겨뒀다"며 "해당 계좌가 범행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입출금내역에 의하면 나머지 500만원도 A씨에 의해 인출된 것이 아니라 A씨 주장대로 사기범들에 의해 인출됐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A씨 역시 피해자에 해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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