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를 다투는 스리랑카의 내일
파이낸셜뉴스
2022.07.28 18:25
수정 : 2022.07.28 18:25기사원문
스리랑카의 정치는 시간만이 아니라 돈도 가벼이 빌려 써왔다.
지난 아시아 경제위기에 대한 기억의 상실은 문제를 악화시켰다. 국민의 불안 앞에서도 여러 갈래로 나뉜 정치인들은 여야 구분 없이 각기 다른 꿈을 꾸며 좋은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지난 20일 의회가 라닐 위크레마싱헤를 서둘러 새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도 사실이다. 그는 국외로 도피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 정권에서 일한 총리였다. 그 전에도 그는 5차례나 스리랑카 총리를 역임한 기록이 있지만 실은 그는 한 번도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한 총리이기도 하다. 스리랑카 거리에서 시위하는 일반 대중은 그의 기회주의적 접근을 여우와도 비교한다. 국민의 처지에서는 이러한 비유가 당연할지도 모른다. 스리랑카 국민은 올해 3월부터 시작된 시위를 통해 라자팍사 정권을 몰아내고 선거를 통해 선출된 새 대통령을 뽑는 걸 요구해왔지만, 신임 대통령은 벌써 비상사태를 선포해 시위를 강하게 진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 위크레마싱헤 대통령의 정치적 통찰력과 행정능력이 무척 뛰어나다고 해도 의회에서 그의 정당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것은 그에게 큰 핸디캡이며, 정치의 열쇠는 아직 라자팍사 가문과 그들의 다수당 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 불온한 시기에 그가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리랑카의 현존하는 정치적 상상력에 도전하는 것이다. 전 정권의 포퓰리즘에 포퓰리즘으로 답을 하는 것은 장기적 대안이 되지 못한다. 슬로건이 남발하는 포퓰리즘의 정치에서 위험한 시계를 늦추는 유일한 주춧돌은 보편적인 가치와 전문가의 전문성에 기반한 문제해결 능력이다. 정치의 루비콘강을 건너지 않는 것은 결국 모든 정치인이 겸허히 고민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로이 알록 꾸마르 부산외국어대 명예교수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