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오락실' PD "멤버들 정말 영리해…제작진 내내 휘둘렸죠" ①
뉴스1
2022.08.05 09:01
수정 : 2022.08.05 09:01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tvN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이하 '지구오락실')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신개념 하이브리드 멀티버스 액션 어드벤처 버라이어티를 표방한다. 지구로 도망간 달나라 토끼 '토롱이'를 잡으러 가는 용사들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이 예능은, 신박한 설정과 다양한 게임을 바탕으로 한 익숙한 재미, MZ세대 출연진의 통통 튀는 매력이 시너지를 일으켜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시청률 역시 3%대(7월29일 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를 돌파하며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지구오락실'은 론칭 전까지 '신서유기' 여자판 정도로 정의됐으나, 콘텐츠가 오픈된 뒤에는 반전을 선사했다. '예능 도사'들도 쥐락펴락 할 정도로 베테랑이었던 제작진이 야심 차게 준비한 길 찾기 미션은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 세대 앞에서 너무도 쉬워지고, 에너지 넘치는 이들로 인해 스태프들은 준비했던 게임을 '대출'해 앞으로 당겨 쓴다. 제작진이 멤버들에게 휘둘리는 흔치 않은 그림은 오히려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했고, 이는 '지구오락실'만의 매력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지구오락실'은 이은지, 이영지, 오마이걸 미미, 아이브 안유진 등 뉴미디어에서 각광받는 이들로 멤버를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버라이어티 경험이 적지만 될성부른 '예능 유망주'들을 과감히 기용한 제작진의 판단은 옳았고, 이들은 각자가 가진 예능감을 표출하는 동시에 빠르게 친해진 뒤 '케미'까지 발산하며 '지구오락실'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지구오락실'은 '나영석 사단'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세상이 바뀐 만큼 '요즘 세대'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예능을 하고 싶었던 이들은 '뉴 제너레이션'을 소개하고자 해 '지구오락실'을 론칭했다. 이후 멤버를 구성하고 촬영을 하면서 제작진 역시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공동 연출을 맡은 박현용 PD는 "촬영을 하면서 (멤버들과) 세대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 잘 맞춰 대응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면서도 "태국에선 내내 휘둘린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어느덧 '지구오락실'도 시즌 1의 절반을 방영했다. 남은 회차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박 PD는 "멤버들끼리 며칠 동안 함께 지내면서 많이 친해졌다"라며 "다채로워진 관계성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최근 박 PD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지구오락실'은 그간 '나영석 사단'이 해오던 예능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결이 다르다. 무엇보다 세대와 성별이 달라졌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 기획 과정이 궁금하다.
▶나영석 PD님도 얘기하신 건데, 같은 출연진과 오래 일을 하다 보니 (제작진이) 항상 해오던 것들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 사이 세상이 많이 바뀌었는데 MZ 세대들이 좋아하는 사람들은 TV 방송에 많이 안 나오더라. 요즘 친구들이 좋아하는 출연자들을 통해 새로운 제너레이션을 소개하는 것에 의미를 뒀고, 젊은 시청자들에게도 다가가는 계기가 됐으면 했다. 또 나 PD님, 이우정 작가님이 '여걸식스' 이후 여자 크루들과 일을 해본 적이 없다. 여성 중심 예능은 많지만, 여자 크루들의 '게임 예능'은 없어서 이들과 그냥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게 취지였다.
-'지구오락실'은 사실 '신서유기'와 포맷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어떤 차별점으로 재미를 주려고 했는지.
▶'지구오락실'은 시청자들의 타깃 연령도 내려갈 거라고 생각해서, 그 분들이 공감하고 좋아할 만한 재미 포인트를 넣으려고 했다. '랜덤 플레이 댄스'는 그 친구들이니까 즐겁게 하는 바이브가 있을 거라 생각했고, '레트로 퀴즈'는 시청자들은 알지만 출연진은 모르는 걸 재미 포인트로 주려 했다. 박경림의 '착각의 늪'의 경우 1980년대 이전 세대는 '어떻게 저걸 모르지?'라고 하지만, 출연진은 정말 잘 모르니까. 젊은 세대가 몰라서 재밌는 것, 알아서 재밌는 것들을 적절히 보여주려 했다. 또 '지구오락실'은 인원수가 적다. 소규모여서 그 나이대 친구들이 여행을 가면 보여주는 바이브가 나왔는데, 그런 부분이 다르게 보이지 않았나 한다.
-코로나19 이후 예능 프로그램들은 주로 국내에서 촬영을 했는데, 과감하게 태국행을 택했다.
▶코로나 시국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해외여행 관련 규제가 완화됐을 때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그림을 보여드리면 좋겠다 싶었다. 방콕으로 정한 건 일단 우리 팀이 한 번도 안 가본 곳이었고, 음식도 너무 맛있는 곳이라 많은 것들을 보여주기 좋을 것 같았다.
-'지구오락실'의 인기도 뜨겁다. 기억에 남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있을까.
▶시청률이 2%대 정도 꾸준하게 나올 줄 알았는데 상승해서 3%를 넘었다.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살펴보는데, 기억나는 건 본인의 MBTI가 I인데, 멤버들은 재밌지만 거기 끼고 싶진 않다는 것이었다. 나도 MBTI에서 E가 90%인 사람인데, 촬영을 하다보면 광대가 떨리고 지치는 상황이 와서, 그런 반응이 재밌더라.(미소) 또 일부 시청자들은 방송을 보고 'MZ세대랑 촬영하는데 제작진이 대충 준비한 거 아니냐'라고도 하시는데, 우리도 이 친구들과 처음 촬영하는 거라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난이도 조절을 할 수가 없었다. 처음이라 쉬운 걸 했더니 제작진이 당하게 되는 걸 보고 점점 난이도를 높게 조정한 거다. 합을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초반에는 휘둘렸지만 나중엔 제작진의 리벤지도 볼 수 있다. 물론 태국에선 내내 휘둘린다.(웃음)
-'지구오락실'은 제작진이 '당하는 롤'인 것도 큰 웃음 포인트다. '1박2일'이나 '신서유기'에서는 출연진에게 지지 않는 '베테랑 제작진'이 웃음 포인트였다면, 이번엔 관계 반전에서 오는 재미가 배가됐는데, 이런 포인트를 예상했나.
▶정말 예상 못했다. 예전엔 제작진이 독했는데, 이번엔 우리가 봐도 속도나 민첩성 측면에서 따라가지를 못하더라. 방송에서 굳이 역전 당하는 현상을 숨기지 않았는데, 시청자들은 오히려 제작진이 휘둘리는 걸 좋아해주시더라.(웃음) 출연진의 낙오 미션을 편집할 때도 고민이 정말 많았다. 나름 난이도를 조절해서 '이 친구들이 간당간당하게 도착할 수 있을까, 없을까' 정도로 편집하려 했는데, 너무 쉽게 하니까 대충 짠 걸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은 거다. 그런데 길 찾는 과정을 보니 요즘 친구들이라 헤매지도 않고 영리하게 잘하더라. 태국어는 어렵겠다 싶었는데 그것도 잘 찾고. 촬영 후에 우리와는 다른 세대라는 걸 느끼고 잘 맞춰서 대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잘 안 됐지만.(미소)
-멤버들의 예능 센스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사실 사전모임을 촬영할 때도 '딸려가는구나' 싶었다. 연출자로서 현장 정리도 하고 해야 하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으니 굳이 개입해서 할 필요가 없더라.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전에 했던 것에 비해 '지구오락실'은 반만 찍어도 분량이 나왔다. 사전모임도 촬영을 한 시간 정도 했는데 방송에 나간 게 40~50분이다. 이렇게 빨리 해도 되나 싶었다. 다들 정말 잘한다.
<【N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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