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tvN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이하 '지구오락실')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신개념 하이브리드 멀티버스 액션 어드벤처 버라이어티를 표방한다. 지구로 도망간 달나라 토끼 '토롱이'를 잡으러 가는 용사들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이 예능은, 신박한 설정과 다양한 게임을 바탕으로 한 익숙한 재미, MZ세대 출연진의 통통 튀는 매력이 시너지를 일으켜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시청률 역시 3%대(7월29일 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를 돌파하며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지구오락실'은 론칭 전까지 '신서유기' 여자판 정도로 정의됐으나, 콘텐츠가 오픈된 뒤에는 반전을 선사했다. '예능 도사'들도 쥐락펴락 할 정도로 베테랑이었던 제작진이 야심 차게 준비한 길 찾기 미션은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 세대 앞에서 너무도 쉬워지고, 에너지 넘치는 이들로 인해 스태프들은 준비했던 게임을 '대출'해 앞으로 당겨 쓴다.
특히 '지구오락실'은 이은지, 이영지, 오마이걸 미미, 아이브 안유진 등 뉴미디어에서 각광받는 이들로 멤버를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버라이어티 경험이 적지만 될성부른 '예능 유망주'들을 과감히 기용한 제작진의 판단은 옳았고, 이들은 각자가 가진 예능감을 표출하는 동시에 빠르게 친해진 뒤 '케미'까지 발산하며 '지구오락실'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지구오락실'은 '나영석 사단'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세상이 바뀐 만큼 '요즘 세대'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예능을 하고 싶었던 이들은 '뉴 제너레이션'을 소개하고자 해 '지구오락실'을 론칭했다. 이후 멤버를 구성하고 촬영을 하면서 제작진 역시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공동 연출을 맡은 박현용 PD는 "촬영을 하면서 (멤버들과) 세대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 잘 맞춰 대응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면서도 "태국에선 내내 휘둘린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어느덧 '지구오락실'도 시즌 1의 절반을 방영했다. 남은 회차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박 PD는 "멤버들끼리 며칠 동안 함께 지내면서 많이 친해졌다"라며 "다채로워진 관계성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최근 박 PD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지구오락실'은 그간 '나영석 사단'이 해오던 예능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결이 다르다. 무엇보다 세대와 성별이 달라졌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 기획 과정이 궁금하다.
▶나영석 PD님도 얘기하신 건데, 같은 출연진과 오래 일을 하다 보니 (제작진이) 항상 해오던 것들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 사이 세상이 많이 바뀌었는데 MZ 세대들이 좋아하는 사람들은 TV 방송에 많이 안 나오더라. 요즘 친구들이 좋아하는 출연자들을 통해 새로운 제너레이션을 소개하는 것에 의미를 뒀고, 젊은 시청자들에게도 다가가는 계기가 됐으면 했다. 또 나 PD님, 이우정 작가님이 '여걸식스' 이후 여자 크루들과 일을 해본 적이 없다. 여성 중심 예능은 많지만, 여자 크루들의 '게임 예능'은 없어서 이들과 그냥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게 취지였다.
-'지구오락실'은 사실 '신서유기'와 포맷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어떤 차별점으로 재미를 주려고 했는지.
▶'지구오락실'은 시청자들의 타깃 연령도 내려갈 거라고 생각해서, 그 분들이 공감하고 좋아할 만한 재미 포인트를 넣으려고 했다. '랜덤 플레이 댄스'는 그 친구들이니까 즐겁게 하는 바이브가 있을 거라 생각했고, '레트로 퀴즈'는 시청자들은 알지만 출연진은 모르는 걸 재미 포인트로 주려 했다. 박경림의 '착각의 늪'의 경우 1980년대 이전 세대는 '어떻게 저걸 모르지?'라고 하지만, 출연진은 정말 잘 모르니까. 젊은 세대가 몰라서 재밌는 것, 알아서 재밌는 것들을 적절히 보여주려 했다. 또 '지구오락실'은 인원수가 적다. 소규모여서 그 나이대 친구들이 여행을 가면 보여주는 바이브가 나왔는데, 그런 부분이 다르게 보이지 않았나 한다.
-코로나19 이후 예능 프로그램들은 주로 국내에서 촬영을 했는데, 과감하게 태국행을 택했다.
▶코로나 시국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해외여행 관련 규제가 완화됐을 때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그림을 보여드리면 좋겠다 싶었다. 방콕으로 정한 건 일단 우리 팀이 한 번도 안 가본 곳이었고, 음식도 너무 맛있는 곳이라 많은 것들을 보여주기 좋을 것 같았다.
-'지구오락실'의 인기도 뜨겁다. 기억에 남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있을까.
▶시청률이 2%대 정도 꾸준하게 나올 줄 알았는데 상승해서 3%를 넘었다.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살펴보는데, 기억나는 건 본인의 MBTI가 I인데, 멤버들은 재밌지만 거기 끼고 싶진 않다는 것이었다. 나도 MBTI에서 E가 90%인 사람인데, 촬영을 하다보면 광대가 떨리고 지치는 상황이 와서, 그런 반응이 재밌더라.(미소) 또 일부 시청자들은 방송을 보고 'MZ세대랑 촬영하는데 제작진이 대충 준비한 거 아니냐'라고도 하시는데, 우리도 이 친구들과 처음 촬영하는 거라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난이도 조절을 할 수가 없었다. 처음이라 쉬운 걸 했더니 제작진이 당하게 되는 걸 보고 점점 난이도를 높게 조정한 거다. 합을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초반에는 휘둘렸지만 나중엔 제작진의 리벤지도 볼 수 있다. 물론 태국에선 내내 휘둘린다.(웃음)
-'지구오락실'은 제작진이 '당하는 롤'인 것도 큰 웃음 포인트다. '1박2일'이나 '신서유기'에서는 출연진에게 지지 않는 '베테랑 제작진'이 웃음 포인트였다면, 이번엔 관계 반전에서 오는 재미가 배가됐는데, 이런 포인트를 예상했나.
▶정말 예상 못했다. 예전엔 제작진이 독했는데, 이번엔 우리가 봐도 속도나 민첩성 측면에서 따라가지를 못하더라. 방송에서 굳이 역전 당하는 현상을 숨기지 않았는데, 시청자들은 오히려 제작진이 휘둘리는 걸 좋아해주시더라.(웃음) 출연진의 낙오 미션을 편집할 때도 고민이 정말 많았다. 나름 난이도를 조절해서 '이 친구들이 간당간당하게 도착할 수 있을까, 없을까' 정도로 편집하려 했는데, 너무 쉽게 하니까 대충 짠 걸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은 거다. 그런데 길 찾는 과정을 보니 요즘 친구들이라 헤매지도 않고 영리하게 잘하더라. 태국어는 어렵겠다 싶었는데 그것도 잘 찾고. 촬영 후에 우리와는 다른 세대라는 걸 느끼고 잘 맞춰서 대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잘 안 됐지만.(미소)
-멤버들의 예능 센스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사실 사전모임을 촬영할 때도 '딸려가는구나' 싶었다. 연출자로서 현장 정리도 하고 해야 하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으니 굳이 개입해서 할 필요가 없더라.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전에 했던 것에 비해 '지구오락실'은 반만 찍어도 분량이 나왔다. 사전모임도 촬영을 한 시간 정도 했는데 방송에 나간 게 40~50분이다. 이렇게 빨리 해도 되나 싶었다. 다들 정말 잘한다.
<【N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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