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전자 됐는데...'빚투' 잔고는 2조원 늘었다
파이낸셜뉴스
2022.08.30 05:00
수정 : 2022.08.30 10:4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주식투자를 하는 직장인 30대 조정환(가명)씨는 최근 '빚투(빚내서 투자)' 때문에 고민이 깊어졌다. 올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빠지면서 '물타기(추가 매수)'를 하다가 하락폭이 커지면서 최근 신용 융자 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금리를 올리면서 이자 부담이 심해졌다.
조씨는 "우량주에 투자하면 안전할 거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주가가 너무 떨어졌다"라며 "이자 부담도 부담이지만, 반대매매(강제 청산)가 이뤄지면 너무 힘들어질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반등 기대감에 '빚투' 했지만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신용거래융자의 잔고는 지난 25일 기준 19조30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10일부터 줄곧 19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잔고는 올해 6월 15일까지 21조원대였다가 급락장을 거치며 가파르게 줄어 6월 28일에 17조원대까지 떨어졌다. 7월 7일에는 17조4946억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7월 초를 기점으로 증시가 반등하자 '빚투' 잔고도 덩달아 증가해 지난 22일에는 19조5450억원까지 늘었다. 한 달 반 만에 2조원가량 증가한 셈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이다. 잔고가 증가할수록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올 들어 꾸준히 주가가 하락했지만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늘어난 대표적인 종목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올해 1월 3일 7만8600원에서 이달 25일 기준 5만9700원으로 하락했다. 시가총액은 469조원에서 356조원으로 100조 이상 증발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신용거래잔고는 같은 기간 8조379억원에서 10조1536억원으로 2조원 가량 늘어났다.
삼성전자 소액투자자는 주가 하락기에도 늘어났다. 삼성전자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는 6월 말 기준 592만2593명으로, 지난해 말 대비 85만6342명(19.9%) 증가했다. 개인투자자(1384만명) 중 42.7%가 삼성전자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주가가 27.20% 하락했지만, 개인 투자자는 15조161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기도 했다.
이자 오르고 반대매매 우려까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증시 호황과 주식투자 열풍을 타고 지난해 8~9월에 처음 25조원을 넘어섰다. 현재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년 전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19조원대인 현재 잔고는 코스피 3000 돌파 직전이던 지난 2020년 12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증시 상황에 비해 줄지 않는 신용거래융자에 대해 업계도 우려가 커진다. 금리 인상 국면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권사들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계속 올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부터 일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융자 기간에 따라 0.4∼0.5%p 인상한다. 지난 4월 이자율을 0.9%∼1.7%p씩 올린 지 넉 달여 만이다.
KB증권도 오는 9월 1일부터 신용거래융자(일반형) 이자율을 전 구간에 걸쳐 현재 4.6%(1∼7일)∼9.0%(91일 이상)에서 4.9%∼9.5%로 0.3∼0.5%p 올린다. 두 달 만에 다시 인상에 나서는 것이다.
신용거래융자의 증가와 금리인상은 증시에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빚투 주식이 반대매매로 강제 처분되면 투자자 개인 손실이 증시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시장 급락 때도 '빚투' 청산이 지수 낙폭 확대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주가 급등 과정에서 크게 늘었던 신용과 미수거래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고 봐도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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