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엄호!"… 긴장감 넘치는 쌍방 교전 ‘실전 방불’

      2022.09.06 05:00   수정 : 2022.09.06 05:00기사원문
현대전은 백병전만으로는 설명이 안된다. 세계 각국이 군비 증강을 하고 다양한 첨단무기 개발과 수입에 나서는 건 자체 국방력을 강화해 적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겠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현지에서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민간인 심지어 어린아이까지 학살되고 있다는 민간 차원의 보고가 잇따르면서 새삼 전쟁의 잔혹함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전은 첨단 장비로 무장된 과학전으로도 불린다. 장비의 과학화와 함께 평소 훈련의 체계적인 과학화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 우리 군은 국방개혁 2.0의 핵심 과제인 '과학화훈련체계' 확대 구축을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육군의 과학화전투훈련(KCTC·Korea Combat Training Center)은 지난 1998년부터 미군의 국립훈련센터(NTC·National Training Center) 실기동훈련을 벤치마킹해 한국 육군의 실정에 맞게 현재까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여단급 이상 과학화 훈련장을 보유한 국가는 대한민국 이외에 미국과 이스라엘로, 한국은 세계에서 3번째로 우리 육군의 독자적인 기술로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KCTC 역시 훈련 수용능력이 한정돼 야전의 소요를 모두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각급 부대의 최적화된 훈련여건을 보장하고자 신형 중·소대급 마일즈 장비의 전력화 보급사업을 확대·추진해 왔다.


■마일즈 장비 활용, 실전적 전투수행능력 강화

7월 중순 유난히 더웠던 여름 폭염 속에서 육군6사단 청성부대에선 '도시지역작전 소부대 전투훈련' 경연대회가 열렸다. 청성 히든 워리어의 일환으로 펼쳐진 이번 훈련은 쏟아지는 총성과 긴박감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실전처럼 진행됐다. 각 팀은 마일즈(MILES·Multiple Integrated Laser Engagement System) 장비를 갖추고, 중대별로 각각 한 번씩 방어팀과 공격팀으로 교체하며 90분간 전투를 벌였다.

6사단 19여단 2대대장 박윤하 중령은 "이번 훈련은 과학화된 마일즈 장비를 착용하고 수행하는 중대 쌍방 훈련으로 현대전의 중심인 도시지역작전을 포함하는 훈련으로 실전 같은 훈련을 통해 소부대 전투기술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대대장은 이번 경연대회는 중대급으로 인원을 증량해 전투역량의 실전성을 한층 강화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작전 명령 전 부대 공유, 작전수행

훈련일 첫날 이른 아침, 훈련장 일대에선 장병들이 긴장감 속에서 이동 중이다.

방어팀을 맡은 7여단 5중대는 일대의 건물과 주변 야산을 방어진지로 삼아 작전 수행에 나섰다. 공격팀을 맡은 19여단 7중대장이 작전 투입 전 대대장에게 전달받은 공격 작전 명령을 소대장들에게 하달, 공유하고 목표물 확보를 위한 공격과 극복 작전을 토의 소통한 후 다시 분대장, 분대원들까지 전달하는 전략회의가 이어진다.

"이번 작전은 적 2개 분대가 방어 지점으로 확보하고 있는 이 건물을 신속히 돌파, 확보하고 1개 소대가 건물 내부로 들어가 깃발을 확보하는 작전이다."

"2소대가 1차 집결지에 도착하면 1소대가 먼저 돌파한다. 1소대는 선도정찰대를 운영하라, 선도정찰대는 어떻게 운영할 건가?" "정찰대는 2개분대로 나누고, 이동간 선도정찰대를 운영해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겠습니다."

"반드시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전투에 임하자." "예 알겠습니다!"

■치열한 교전…실전을 방불케 한 훈련

"펑! 펑! 펑!, 공격~!" 굉음과 함께 연막탄의 붉은색 포연이 퍼지며 실전 같은 훈련이 시작됐다.

"브라보~! 들어가! 브라보…!" 목표지점에 접근한 선발대가 총을 쏘며 건물로 진입하자 방어팀에서도 바로 응전에 나서면서 양 팀에서 쏟아내는 총성이 울렸다.

건물로 진입한 공격팀은 각 방마다 분대별로 들어가 깃발을 수색하고, 내부를 샅샅이 수색하며 방어팀을 밀어내고 목표물을 확보했다. "엄호! 엄호!" "후방경계!…후방경계!"

다른 주변 건물에선 한동안 공·방부대 간 팽팽한 대치가 이어졌다. 건물 내·외부 곳곳에 몸을 숨기고 있던 방어팀의 만만치 않은 방어와 건물 사이를 누비며 공격할 틈을 노리는 공격팀, 대치하던 공방 전투의 균형은 연이어 쏟아지는 총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무너졌다.

교전 중에 마일즈 장비와 연결된 신호기에서 "삐" 소리가 울리면서 실시간으로 각각 '사망' '중상' '경상'을 알려주고, 사망자 판정을 받은 장병들은 방탄모를 벗고 아쉬운 탄성을 내뱉으며 훈련장을 벗어난다.

훈련의 종료가 다가오면서 전투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졌다. 쉴 틈 없이 이어지던 총성은 90분이 되자 멈추면서 훈련이 종료됐다.

■현대화된 야전 전시 편제 훈련

야전의 뜨거운 열기와 비릿한 땀에 푹 젖은 채 최후까지 생존 판정을 받은 양 팀 장병은 가쁜 숨을 쉬면서도 훈련의 여운을 만끽하는 표정이었다. 공격팀 중대장은 훈련이 작전대로 잘 진행됐다며 중대원들과 만족감을 나누며, 중대원들에게 "파이팅~!"을 외쳤다.

이번 훈련의 평가를 기획한 6사단 교육훈련 참모처는 "산악지역과 도시지역에 대한 작전이 조화롭게 이루어졌다며 특히 소대를 전시 편제로 완편해서 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과학화훈련은 효과 2배, 세계 최초

국방개혁 2.0에 따른 병 복무기간 단축으로 전투원의 전투기술 및 숙련도 향상·유지를 위한 교육훈련 방식의 획기적 전환이 요구돼 왔다. '과학화 훈련'은 이런 난관을 돌파할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관련 '운용 효과 분석'에 따르면 훈련 효과 지수도 2배 이상 높다.

또한 체계개발을 통해 대공화기와 헬리콥터 등도 훈련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곡사화기와 모의수류탄 같은 무기도 지자기센서(상하좌우 방향 감지)와 GPS를 이용, 자동모의가 가능해졌다. 이는 2세대 장비를 보유한 선진국들보다 앞선 4세대 장비로 세계 최초로 알려져 있다.


마일즈 등 과학화 실기동 모의교전장비 도입 전력화 과제 수행은 주민 불편 최소화, 훈련장 부족 문제 해결, 장병들의 효율적 전투력 강화로 이어져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강군을 만드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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