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강달러에… 국제유가, 우크라戰 이전으로 돌아갔다
파이낸셜뉴스
2022.09.08 16:09
수정 : 2022.09.08 16:09기사원문
WTI 하루만에 5.7% 급락 82弗
OPEC+ 감산도 가격하락 못막아
가파른 금리인상에 경제 위축
석유수요 둔화 전망에 힘실려
■유가, 배럴당 82달러로 추락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5.7% 떨어진 81.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WTI가 배럴당 85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올 1월 후반 이후 처음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 11월물 브렌트유도 현재 배럴당 5.5% 급락한 87.7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석유 수요 둔화는 현실이다. 실제로 올여름 이후 둔화세가 뚜렷하다. OPEC+가 5일 하루 10만배럴 감산을 결정한 이유다. 감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반짝 하락세를 기록했을 뿐이다. 지금은 감산보다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석유 수요 둔화 우려가 석유시장을 지배하는 가장 큰 변수이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해 유럽중앙은행(ECB) 등 각 중앙은행들이 치솟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가파르게 금리를 올리면서 팬데믹 이후 호황에 접어들었던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 연준은 오는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75%p 금리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6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잭슨홀 발언 직전만 해도 0.75%p 금리인상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던 채권시장에선 이제 그 가능성을 82%로 보고 있다.
ECB도 연준처럼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란 예상이 점점 힘을 받고 있다. 8월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인플레이션이 9.7%를 찍고, 조만간 10%를 돌파할 것이란 우려가 깊어지면서 ECB 역시 0.75%p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주요 중앙은행들의 가파른 금리인상은 경제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고, 이에 따라 석유 수요 역시 급격하게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킹달러도 유가 하락 배경
유가를 끌어내리는 또 다른 요인도 있다. 킹달러다.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이 달러 가치 고공행진으로 이어지면서 달러로 표시되는 석유를 비롯한 각종 상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달러는 올해 외환시장의 절대 강자다. WSJ 달러지수는 올해 13% 가까이 폭등했고, 유로에 대해서는 20년만에 처음으로 '1유로=1달러'라는 패리티 시대를 연데 이어 지금은 1달러 가치가 1유로보다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영국 파운드에 대해서는 1985년 이후, 일본 엔에 대해서는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OPEC+의 5일 감산 결정은 당일 유가를 끌어올리는데 그쳤을 뿐 6일 이후 국제유가는 계속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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