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저점이래서 빚투했는데”… 개인회생 신청 절반이 2030

파이낸셜뉴스       2022.09.15 05:00   수정 : 2022.09.15 14:22기사원문
20대 이하 투자자 75%가 손실

"이 정도 떨어지면 '저점'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평생 모은 돈을 날리고 말았죠."

14일 기자가 만난 30대 직장인 석모씨는 휴대폰의 증권계좌를 열어보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석씨는 올 상반기에 그동안 주식투자를 통해 벌었던 1억원 중 상당액을 날렸다. 글로벌 경제를 강타한 인플레이션 심화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등 주요 국가 중앙은행이 금리를 잇따라 올리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주가가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주식투자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던 석씨는 주가 하락세가 지속되자 '기회는 이때'라며 신용대출까지 끌어모아 '저점매수'에 나섰다. 본전 생각에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지난 8월까지는 어느 정도 수익이 좋았지만 고작 한 달 새 주가가 맥을 못 추면서 급기야 대출금마저 갉아먹고 말았다.

석씨는 "증권 전문가들이 저점은 지났다면서 매수를 권했다"며 "평생 모았던 돈도 날리고 빚마저 늘었다"고 토로했다. 아무리 증권사를 탓해도 때는 이미 늦었다.

고물가를 잡기 위한 주요국들의 긴축재정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국내외 증시가 폭락, 빚투로 대박을 노렸던 2030 청년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물가상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자산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무리하게 빚을 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던 '빚투족'들의 개인회생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주식으로 한방을 노렸던 청년세대의 개인회생 신청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신규 주식투자자 및 20대 이하 투자자의 75%는 신용융자를 통해 손실을 봤다. 빚을 내 투자했지만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았다는 말이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자에게 "적극적으로 신용거래를 사용하는 20·30대 이하 젊은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낮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연초부터 이어진 폭락장으로 인해 청년층의 개인회생 신청도 증가세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에 의하면 20대 개인회생 신청자는 지난 2019년 1만307건에서, 2020년 1만1108건, 2021년 1만1907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7월 개인회생 신청건수의 경우 2030세대가 차지하는 개인회생 신청비율도 54%(836건)로 치솟았다. 올해 상반기 대비 6%p 상승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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